톨스토이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반 일리치는 판사였다. 그의 직업이 지닌 의미는 간단치 않다. 그는 평생 법정에서 타인의 삶과 죽음을 서류와 절차로 판단하고 처리했다. 냉정하고 신중하며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는 것, 그것이 그가 자부심을 가졌던 직업적 미덕이었다.그런데 병이 깊어지고 의사를 찾아갔을 때, 의사가 보인 모습은 놀랍도록 판사와 닮아 있다. 의사는 이반을 마치 그가 평생 법정에서 피고인을 대하던 것과 똑같은 태도로 대한다. 형식적인 질문, 정해진 절차, 확답을 주지 않는 애매한 진단...이반은 자신이 심문하는 자가 아니라 심문당하는 자, 판결하는 자가 아니라 판결받는 자의 위치에 서 있음을 직감한다. 평생 타인의 운명을 판결로 결정해온 사람이, 이제 다른 누군가의 진단에 자신의 운명의 향방을 맡기는 처지가 된 것이다.이반이 ..
자유글
2026. 9. 1. 1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