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DP 뮤지엄 전시1관
○ 9월 3일

'키크니'? 처음엔 내가 모르는 외국 작가인가 싶었는데, 키가 크다는 우리말에 바탕한 명명이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전시실에 들어섰는데, 입구에 세워진 소품을 보고 아이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 주를 이룬 전시인가 보다고 짐작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키크니'는 SNS를 통해 사람들의 사연을 짧은 그림과 문장으로 그려온 작가로, 인스타그램 계정에 121만 명의 팔로워를 둔 인기 작가이다.
그는 거창한 사건보다 예상치 못한 선의와 표현하지 못한 마음 같은 일상의 순간을 위트 있고 따뜻하게 그린다. 처음에는 독자들이 보낸 간단한 요청과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한 컷 만화로 시작했고, 엉뚱한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유쾌하게 받아치는 재치로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이후 독자에게 사연을 받아 만화로 그려주는 '사연을 그려드립니닷!'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시도했고, 이것이 그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전시명인 '그렸고 그런 사이'는 서로 얼굴은 몰라도 이미 이야기를 나눈 사이라는 의미인데, 언어유희 표현 수법도 엿보인다.
전시는 화면으로 보던 그림을 단순히 크게 출력해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평면 작업은 물론 3D 조각과 인형, 영상, 설치 작품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전시장 초입에는 SNS로 사람들과 소통해온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와 한 아이의 성장을 소재로 한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다룬 섹션이 자리 잡았으며, 그 다음 섹션부터는 다른 사람들의 요청과 그에 답하는 방식의 전시가 주를 이루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것은 말장난과 위트이다. SNS에서 받은 사연에 상호나 별명을 지어주는 방식 등 키크니 특유의 언어유희가 전시 곳곳에 녹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평소 즐기던 '아재개그' 그 자체여서 더욱 친숙하게 다가왔다.
여기서는 언어유희 요소가 짙게 드러난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작품을 보면 직관적으로 이해되므로 굳이 설명도 필요없다.































































전시 관람하고 나오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언제부터인가 예술치료가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문학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연극치료 등 장르별로 치료를 표방한 영역이 생겨났다. 심지어는 문학치료학회와 같은 연구단체도 있다. 예술은 그 자체로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음에도 이와 같은 현상이 생겨난 것은 병든 영혼이 많은 현대사회의 시대적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한다.
'키크니'가 미술치료를 표방하지는 않았지만, 동시대인과 '소통'하며 사람들의 표현 욕구를 대리 충족시켜 주는 이러한 형식의 미술 향유야말로 실천적인 미술치료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혼이 한층 맑아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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