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브런치를 좋아해서, 성북동이나 삼청동 카페에서 프렌치 토스트를 즐겨 먹곤 했다.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가볍게 식사하면서, 망중한의 여유를 누리던 즐거움이 제법 쏠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랜만에 동네 카페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했다. 아주 소박하게...점심을 먹긴 해야겠는데 맨날 먹는 밥은 먹기 싫고 편하게 한끼 때울 요량으로 샌드위치를 선택한 것이다.

리코타치즈 샌드위치인데, 치즈도 부드럽고 촉촉한데다 양상추와 토마토 등 내용물이 풍부해서 한끼 대용으로 제격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 읽은 오스카 파리네티의 <세렌디피티>에 소개된 샌드위치 유래담이 떠오른다. '세렌디피티'는 '우연한 발견'이라는 뜻인데, 저자는 우연한 실수나 실패를 거쳐 만들어진 음식 47가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샌드위치'에 관한 주제도 포함되었는데, 유래에 대한 내용은 이러하다.
샌드위치는 샌드위치 가문의 4대 백작인 존 몬태규(1718~1792)라는 사람이 개발한 것으로 그는 18세기 중반에 15년 동안 영국의 첫 번째 해군경을 지냈다. 그는 정치(부패)나 사생활(도덕적 해이) 면에서 모두 다양한 스캔들의 중심에 있었으며 두 명의 아내와 여섯 명의 자녀, 그리고 수많은 연인을 거느렸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삶은 정신없이 바빴고 항상 서둘렀으며 밥을 먹기 위해 멈추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았다.
어느 날 몬태규 경은 여러 가지 맛있는 소스를 곁들인 훌륭한 로스트 비프를 만든 요리사에게 특별한 부탁을 했다. 가급적이면 버터를 바른 부드러운 빵 두 조각 사이에 그 모든 것을 넣어달라고 말한 것이다. 요리사는 진저리를 쳤지만 백작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결국 이상한 새 요리가 예상대로 식탁에 도착했고 몬태규 경은 한손으로 소스와 함께 최고급 고기를 먹으면서 다른 한손으로는 카드놀이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식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가 한 대로 따라했고 이 요리사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같은 요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 음식은 뭐라고 불러야 했을까? 발명가와 연관된 이름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이렇게 샌드위치가 탄생했다. 백작이 원했던 것은 카드 게임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뿐이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세상을 위한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식사시간도 아깝고 카드놀이를 계속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샌드위치가 생겨난 셈이다. 고기와 빵을 함께 먹는 방식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는데, '샌드위치' 가의 존 몬태규 백작이 귀족 사회에서 이를 하나의 ‘명명된 음식’으로 정착시킨 것이다. 부패하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삶을 살았던 인물의 작위명이 음식명으로 통용되며 그 이름을 세계인의 기억 속에 각인시켰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러고 보니, 카드놀이 하는 것도 아니고 바둑 두는 것도 아닌데, 난 어쩌자고 두손으로 샌드위치를 움켜쥐고 어기적 어기적 먹었을까...
한때 즐겼던 브런치는 여유로움의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샌드위치는 간편함과 편리함의 표상으로만 다가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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