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 연극 <면회>를 관람했다. '면회'는 '군대나 교도소처럼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어떤 기관이나 집단에 속해 있는 사람을 찾아가서 만나 보는 것'을 말한다. 말 그대로 '면회'가 작품의 중심이라면 밀폐된 공간과 움직임이 제한된 상황에서 극이 전개될 수밖에 없을 텐데, 어떻게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재미와 감동을 자아낼 수 있을까 자못 궁금했다.
이 작품은 결혼까지 약속한 두 남녀의 이야기이다. 극중 공간은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는 교도소의 면회실..
여자는 죄수복을 입고 2317이라는 수인번호를 달았다. 남자는 여자에게 면회올 때마다 꽃과 선물을 사가지고 온다. 남자는 등퇴장을 반복하지만, 여자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남자가 사 온 꽃과 선물 또한 차곡 차곡 쌓여간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서서히 '면회'의 실체가 드러난다.
여자는 이미 죽은 몸이며, 면회 장소는 교도소가 아니라 납골당이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 놓여 있는 칸막이는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삶과 죽음의 경계이다. 종신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하는 처지나 한줌의 재로 납골당에 안치되어 있는 망자의 처지나 다를 바 없다는 뜻이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단절되어 있으므로,,,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과 온전히 소통하지 못하는 삶, 온전히 사랑하거나 받지 못하는 삶은, 죽음과 다를 바 없다는 뜻이었을까.
남자가 등퇴장을 반복하면서 복장도 달라지게 되며, 이를 통해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다. 남자는 여자와 대화를 하다가 담배를 피며 여자에게도 담배를 권한다. 담배 피는 시간은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남자가 여자를 찾아올 때마다 많은 대화를 나누며,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와 갈등 양상이 하나씩 드러난다. 남자는 여자의 친구이자 함께 일하는 다른 여성에게서 위안을 얻는다고도 했다. 여성은 어떻게 내가 이렇게 있는데 외로울 수 있느냐고, 어떻게 다른 여자가 내 자리를 대신 할 수 있느냐고 따진다. 남자는 제발 자신을 믿어달라며, 여자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왜 죽음을 택했느냐고..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했다. 여자는 남자가 온전한 사랑을 주지 않아 외로웠다고 말한다. 남자는 여자를 사랑했으며, 일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었다고 말한다. 남자와 여자가 생각하는 사랑의 방식이 달랐으며 언어가 달랐던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주고 받는 대화는 디테일한 데가 있으면서도 보편성을 띤 내용이어서, 관객에 따라 자신의 삶을 대입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연극은 '열린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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