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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우리는 동화처럼 아름답게 행복할 수 있을까

연극

by 간다르바 2021. 12. 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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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공연 기간 : 2021년 11월 4일 ~ 2922년 1월 2일
ㅇ 장소 : 파랑새 씨어터(종로구 대학로 8가길 36)

12월 17일 연극 <행복>을 관람했다. 제목이 지나치게 클리셰해서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배우들의 맛깔난 연기력과 묘미 있는 대사가 일품이었다. 이 연극은 2011년 초연되었는데, 세월이 이 만큼 흐른 뒤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파랑새 씨어터 입구.

포스터

차형은이 출연했는데, 빼어난 연기력이 돋보였다.


임은지가 출연했는데, 디테일한 표현력이 수준급이다.

이 연극은 한 부부에 관한 이야기이다. 남자는 기억을 상실해 가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 여자는 절대로 울거나 웃으면 안 되는 코넬리아 디란지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에 걸렸다. 남자는 권투선수로서 자신의 꿈을 키워가며, 여자는 동화 작가이다. 결코 행복하다고 보기 어려운 조건과 환경에 놓여 있는 셈이다.

상황 설정은 매우 작위적인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때론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서로 배려하면서 알콩달콩 일상을 살아내는 모습이 눈물겹게 아름답다. 부부의 현실과 동화 이야기가 절묘하게 오버랩되며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동화 속 공주와 광대는 현실 속 아내와 남편의 모습이기도 하다. 웃거나 울면 안 되는 아내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남편... 기억을 상실해 가는 남편을 애틋하게 이해하고 감싸주는 아내...

며칠 전 한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 가끔 그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곤 했는데, "오늘 하루도 선물입니다"라는 글귀를 보며 새삼 삶의 태도를 가다듬곤 했다. 누군가는 세상을 등지려고 하지만, 죽음을 마주한 사람이 들려준 그 말의 울림은 사뭇 컸다. 견딜 수 없는 서러움과 슬픔이 있더라도 살아있음을 고마워하며 아름다운 삶을 가꾸어가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그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니 참으로 착잡하던 터였다.

배우들이 주고 받는 대사의 디테일과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남다른 데가 있어서, 작가가 누구인지 찾아보니 이선희 작가다. 이선희는 서울예대 출신으로, 대학로 스테디 셀러 연극 <보고싶습니다>를 비롯하여 <행복>, <헤드락>등을 쓴 작가이자 배우이다. 2002년 연극 <오델로, 피는 나지만 죽지 않는다>로 데뷔한 이선희는 <연극열전>, <가을 반딧불이>, <헤드락> 그리고 영화 <의뢰인>, <변호인>, <곡성>, <봉이 김선달>, <이장>, 드라마 <추리의 여왕>, <백일의 낭군님> 등에 출연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무엇이 행복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 알기는 어렵다. 이 연극은 비록 내가 불행한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연극이 지나치게 윤리적인 것은 아니며, 동화와 현실을 넘나들며 행복의 문제를 감동적으로 풀어나갔다.


돼지저금통은 극의 전개 과정에서 요긴하게 활용되는 오브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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