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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드라마 <당신만이>, 사랑하며 산다는 것에 대해

뮤지컬

by 간다르바 2021. 12. 2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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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4일 대학로 JTN 아트홀에서 뮤직드라마 <당신만이>를 관람했다. 이날 오후 3시 코엑스 아티움에서 뮤지컬 <팬레터>를 보고, 서둘러 대학로로 향했다. 하루에 두 작품을 보는 일이 흔치는 않은데, 이날 본 두 공연 모두 '수작'이어서 산타클로스 선물을 제대로 받은 기분이었다.


<당신만이>는 선남선녀들이 살아가면서 겪을 법한 일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강봉식과 이필례 부부가 주인공인데, 이들 부부의 중년과 노년 그리고 말년의 모습이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진다. 그런데 각각의 에피소드는 어디선가 본듯한, 일상에서 겪었을 법한 일들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겪어야 할 통과의례가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성년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자녀 혼사 시키고,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 세상이 바뀌어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되었지만,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가정을 이루는 일은 여전히 보편성을 지닌 삶의 중요한 방식이다.

연애할 때 속삭이던 "그대 없으면 못 살아"가 결혼생활 중 어느 순간 "너만 없으면 살겠다. 이 웬수야."로 바뀌기 십상인 현실에서, 이 작품은 고락을 함께 하며 긴 세월을 살아낸 '부부'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남편 강봉식은 경상도 사나이로, 무뚝뚝하면서도 속정이 깊다. 그런데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하는 등 어리숙한 데가 있다. 아내 이필례는 현실을 직시하고 가정을 지켜나가는 억척스러운 살림꾼이다. 두 사람은 툭하면 티격태격하지만, 깊은 속정으로 서로를 아끼며 오순도순 살아간다.

강봉식 역의 장인혁
이필례 역의 최소영


딸 은지는 이들 부부가 중년의 사랑으로 얻은 늦둥이다. 그 딸이 장성해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또한 가슴 뭉클한 에피소드로, 진정한 사랑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은지가 만나는 남자 한영석은 자폐증이 있다. 프로야구선수들 프로필을 꿰고 있고 전철역 이름을 줄줄 욀 정도로 천재적인 기억력을 지닌 영석은 제빵사를 꿈꾸며 은지에게 사랑을 맹세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컴플렉스로 괴로워한기도 한다. 배우 이환은 이러한 영석의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났다. 영석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은지의 선택과 사랑이 다분히 낭만적으로 다가왔음에도, 그 울림은 매우 컸다.

은지 역의 김수언

한영석 역의 이환



1990년~2000년대에 인기 있던 대중가요를 적절하게 접목한 것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묘미였다. 친숙한 노래로 때론 흥겨운 분위기를 때론 슬픔을 표현할 때, 정서적 몰입과 일체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지만, 만나지 않은 것만 못한 '악연'도 있다. 인연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인연을 어떻게 가꾸어 가느냐에 따라 '선연'이 되기도 하고 '악연'이 되기도 한다. 상대의 결핍과 어리숙함마저 감싸안을 수 있는 사랑, 세상에 맞서 끝까지 믿음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랑,,, 진정 '당신만이' 내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인생의 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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