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4월 13일(목) 오후 7시
○ 장소 :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 공연시간 : 2시간
김은영은 군산 출신으로, 10살 때 판소리에 입문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김은영은 한국무용 선생님이었던 고모와 최란수 명창이 함께 운영하는 국악원에 자주 놀러가 스케치를 하곤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접한 판소리에 매력을 느껴 소리를 배우게 된 것이다. 약 10여년에 걸쳐 <춘향가>를 비롯하여 <흥보가>, <심청가>, <수궁가> 등을 배웠으니, 김은영은 최란수 명창을 통해 소리의 기둥을 잡아나간 셈이다. 이화여대 한국음악과에 진학하여 성우향 명창으로부터 1년여에 걸쳐 <춘향가>를 배운 김은영은, 이후 김수연 명창의 문하생이 되어 지금까지 사제의 연을 이어오고 있다.
김수연은 군산 출신으로, 지난해 무형문화재 판소리 <수궁가> 예능보유자>가 되신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명창이다. 김은영은 스승으로부터 <심청가>, <춘향가>, <수궁가>, <흥보가> 네 바탕을 차례로 배웠다. 최란수 명창이 판소리의 기둥을 세워준 분이라면, 김수연 명창은 판소리의 진면목뿐만 아니라 삶의 자세까지 일깨워 주며 오늘의 김은영을 있게 한 각별한 스승이라 할 수 있다.
이화여대 박사과정을 수료한 김은영은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소리꾼으로, 무엇보다도 오랜 기간 소리를 배우면서 녹록치 않은 ‘공력’을 쌓아 왔다. 목구성이 좋고 하청에도 능하여, 소리가 결코 가볍지 않고 튼실하다. 발림 구사도 일품이다. 2002년 제28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부문 일반부에서 장원을 차지하여 실력을 입증한 바 있다. 그동안 김은영은 30년을 오롯이 소리꾼으로 살아왔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소리꾼으로 살아 온 김은영은 겸허하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육아 등으로 3년 여간 소리 공부에 전념하지 못한 시기가 있었으나, 다시 마음을 다잡고 소리 공부에 매진하며 박사 논문 준비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김은영이 들려줄 <흥보가>는 김수연 명창에게서 배운 바디이다. 김수연 명창은 ‘초앞’~‘둘째박 타는 데’까지 미산 박초월 명창에게 배웠으며, ‘셋째 박’~ ‘놀보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까지는 한농선 명창으로부터 박록주제를 배웠다. 미산제와 박록주제는 모두 송만갑 – 김정문으로 전승되는 송만갑 바디를 이은 것이다. 그런데 미산제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데 비해, 박록주제는 꿋꿋하고 남성적인 데가 많다. 미산은 동편제 명창 김정문뿐만 아니라 서편제 명창 오수암으로부터 김창환제 <흥보가>를 배워, 동서편을 아우르며 자기화 했다.
요컨대 김수연 명창의 <흥보가>는 미산제와 박록주제에 기반한 것이다. <흥보가> 중 ‘놀보 박타는 대목’은 이른바 재담소리라고 하여, 김정문 명창 이후 전승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초월은 비교적 간략하나마 놀보 박 타는 대목을 불렀다. 초라니패와 장수가 등장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김수연 명창이 이 대목을 부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박초월은 제자에게 이 대목을 가르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연에서 김은영은 <흥보가> ‘초앞’ ~ ‘놀보,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까지 부른다. 스승 김수연 명창으로부터 배운 소리를 그대로 하는 것이다. <흥보가>는 전승 5가 가운데 가장 해학적 성격이 강한 작품으로, 물질적 가치와 인간의 심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가난하지만 착한 심성의 소유자인 흥보와 인색하지만 부자인 놀보 가운데 누구를 긍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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