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단원이자 중견 명창 김미진이 정광수제 <수궁가> 완창 공연 무대를 갖는다.
○ 일시 : 7월 2일(일) 오후 3시
○ 장소 :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전남 보성에서 태어난 김미진은 어린 시절을 영광 외할머니 댁에서 보냈다. 그녀가 판소리에 처음 입문한 시기는 중학교 1학년 때이다. 임방울 명창의 소리를 좋아했던 외할머니는 외손녀에게 판소리를 배우도록 적극 권유했던바, 김미진은 영광에서 공옥진 명창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사철가>나 <금강산타령> 등 민요를 주로 배우며 우리 소리에 입문했다. 이후 중학교 2학년~3학년 동안 영광에서 광주를 오가며 신상철 선생이 운영하는 국악학원에서 소리를 배웠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광주 이은하 명창으로부터 <심청가> 전바탕을 배운 김미진은 중앙대 국악과에 입학한 후 판소리 뿐만 아니라 창극을 만드는 경험도 쌓았다. 그리고 성우향 명창으로부터 <춘향가> 한바탕을 배웠으며, 안숙선 명창으로부터 <흥보가> ‘초앞’~‘첫째박 타는 데’까지 배웠다. 이번에 부르는 <수궁가>는 2020년 안숙선 명창으로부터 배운 정광수 바디이다. <적벽가>만 배우면 5바탕 모두 학습하는 셈인데,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활동하면서도 쉬지 않고 소라공부에 매진하며 완창발표회를 갖는 그 성실함과 단단함이 돋보인다.
김미진이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것은 대학 졸업 직후인 2001년도이다. 상당히 이른 시기에 국립창극단원이 된 셈인데, 이렇게 될 수 있었던 데에는 대학 재학 중 김성녀 교수에게 배운 창극 수업이 큰 밑천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국립창극단에서 지금까지 크고 작은 배역을 매끄럽게 소화하며 활발하게 활동해 온 김미진은 사실 어떤 면에서는 인물치레와 소리 그리고 발림 능력까지 두루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그에 걸맞는 주요 배역을 충분히 맡지 못한 점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장화 홍련> 등 일련의 창극 작품에서 주요 배역을 담당하며 자신의 역량을 잘 보여준 바 있다.
김미진은 태가 곱고 목이 예쁘며 연극적 표현력도 뛰어나다. 한마디로 여성적이며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소리꾼이라 할 수 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어엿한 중견 명창으로 자리 잡은 김미진은 창극 배우로 활동하는 세월이 길어질수록 공력 있는 판소리를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렬해짐을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창극 배우는 소리뿐만 아니라 연극적 표현력도 잘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 해도 김미진은 역시 창극에서 소리가 가장 중요하며 판소리 공력이 있으면 창극소리도 더욱 잘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심청가>를 비롯하여 그동안 완창 무대를 꾸준히 가진 데 이어, 이번에 <수궁가> 를 완창하는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왕에 배운 소리만으로도 소리꾼으로서나 창극 배우로 활동하는 데 별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2020년에 안숙선 명창으로 부터 <수궁가>를 배우고 이번에 무대에 올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공연을 앞두고 스승으로부터 다시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복습하며 착실히 준비했다고 한다.
김미진 명창의 <수궁가>는 유성준 - 정광수로 전승되는 동편 계열의 바디이다. <수궁가>는 전승 5가 가운데 유일한 우화(寓話)로, 지혜의 문제를 제기한 작품이다. 토끼와 용왕의 대결은 기본적으로 약자와 강자의 대결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육지와 수궁이 갖는 공간적 의미 또한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즉 육지는 약자의 세계이며, 수궁은 지배층의 세계인 것이다. 토끼는 육지에서 끊임없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 놓여 있다. 별주부가 토끼를 유혹하여 수궁으로 데려가고자 할 때 제시한 것이 바로 팔난세계이다. 토끼가 육지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말한 것인데, 엄동설한의 추위, 배고픔, 덫, 사냥꾼, 사냥개, 조총 화약, 초동 목수 등으로 인해 고통스러울 터이니 육지를 떠나 수궁으로 가자고 하는 것이다.
수궁은 태평성세로, 천여 간의 집, 온갖 진귀한 보물, 천하에 없는 진미, 여색과 풍류로 평생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훈련대장과 같은 높은 지위에도 오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는 별주부가 토끼를 유인하기 위해 동원한 미사여구이다. 그런데 실상은 그 반대이다. 용왕은 병이 들어 있으며, 신하들은 저마다 살 궁리만을 하고 있는 것이 수궁의 현실이다. 용왕의 병은 워낙 위중하여 토끼의 간이 아니면 치료를 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는 약자의 가장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지배층이 부패했음을 보여주는 문학적 은유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주부에 의해 제시된 수궁 세계는 토끼에게 이상향이나 다름없는 공간이다. 토끼가 꿈꾸는 세계는 이 세상과 절연된 고립된 공간에서의 유유자적한 삶이 아니다. 토끼의 욕망은 지극히 세속적이고 현세적인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수궁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토끼가 마음껏 수궁 풍류를 즐기다가 육지로 나온다는 점이다. 일시적이나마 토끼는 평소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세속적 향락의 즐거움을 만끽해 본 셈이다. 그렇지만 토끼에게 수궁은 결코 살만한 곳이 못된다. 수궁에서 세속적 욕망을 실현하고자 한 토끼의 꿈은 백일몽으로 끝나고 만다. 좋든 싫든 그는 여러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는 육지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비록 여러 위험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토끼에게 허여된 현실적인 삶의 공간은 육지밖에 없는 것이다. 수궁과 육지를 오가는 장면에서는 언제나 노정기가 등장하는데, ‘고고천변’, ‘범피중류’, ‘가자가자 어서가’가 바로 그것이다.
요컨대, ‘토끼’와 ‘별주부’ 혹은 ‘토끼’와 ‘용왕’이 벌이는 지혜 겨루기가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용궁에 잡혀간 토끼가 용왕 앞에 배를 내밀며 갈라보라고 하는 대목이 이 작품의 압권인데, 음악적으로도 가장 잘 짜여진 눈대목의 하나이다.
끊임 없이 노력하는 김미진 명창이 들려주는 <수궁가> 공연에 많은 분들이 자리를 함께 하셔서 판소리의 맛과 멋을 만끽하고 삶의 지혜도 배우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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