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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심한 가족>, 자의식을 떨치고 공생의 세계로 나아가다

연극

by 간다르바 2023. 1. 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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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대학로 후암스테이지>에서 연극 <소심한 가족>을 관람했다.

 

극장에 들어서니 무대는 단출했다. 소파, 아이 방임을 보여주는 명패,  약간의 가재도구, 사진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어떤 집 내부를 극중공간으로 설정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무대

공연이 시작되자  두 명의 배우(검은 옷을 입은 것으로 보아 귀신인듯)가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에 맞취 신나게 춤을 추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는데, 이는 서곡에 불과했다. 현실과 비현실이 넘나들고 산자와 죽은자가 공존한 가운데, 배우들은 슬랩스틱도 마다 않고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적인 연기로 공연 내내 정신을 쏙 빼놓았다.

등장인물은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되었다. 가난으로 거처할 집을 찾아다니는 소심한 가족과 장애아만 있는 빈집에  거주하는 귀신들이 그들이다. 소심한 가족인 김천식과 아들 태화 그리고 막내 딸 인경은 말 그대로 소심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이들 가족은 삶의 의지가 강한  편이어서 복권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한 부동산으로부터 소개받은 빈 집을 찾아 가는데, 그곳엔 귀신이 있다. 이들 귀신은 소심한 가족과 함께 이 작품의 중심축을 이루는 인물들이다. 특히 장애아 고명의 부모 고상돈과 배향숙은 소심한 가족과 다를바 없는  애환을 지닌 귀신들이다.

사람이 죽으면 산사람이 거주하는 이쪽 세계 '이승'과 대비되는 저쪽 세계 '저승'으로 가는 것이 순리이다.  무당이 망자굿을 하는 이유도 망자의 맺힌 한을 풀어주고 넋을 위로해서 편안히 저 세상으로 보내기 위함이요,  살아있는 사람은 망자를 마음에 담지 말고 고이 보냄으로써 편안하게 이 세상에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무당 가운데 신을 모시는 강신무는 접신상태에서 공수를  통해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기도 하고, 조상거리에서 조상의 넋이 빙의하면 그 조상이 되어 자손에게 못다했던 말을 하며 맺힌 것을 풀어낸다.  이 연극에서도 무속적 요소와 관념을 표현수법으로 활용한 대목이 여럿 있었다.

작품에 나타난 갈등의 중심축은 빈집을 두고 소심한 가족과 귀신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에서 찾을 수 있다. 귀신들 입장에서는 사람이 살게 되면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 없기에 필사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내쫓으려 하는데 , 반면 오갈데 없는 소심한 가족은 이 곳에 거주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 것이다. 산 사람과 죽은 귀신 사이에 충돌이 생기는건 불문가지이며,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크고 작은 일들이 작품의 중심 내용을 차지했다.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구현해 나가는 데 있어 열쇠를 쥔 인물은  주의력 결핍과 편집증적 증상을 보이는 고명이다. 고명은 다소 어눌하고 민망한 행동도 거리낌없이 보여주는 문제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기억력이 비상한 수재형의 인물이다. 무엇보다도 고명은 돌봄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로, 누군가 이 아이를 지켜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죽은 부모가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악착같이 이 집에 남아있으려고 하는것도 순전히 고명 곁을 지키고자 한 것이기 때문이다. 죽은 부모의 자식 사랑은 눈물겨운 것이며.  이렇게 볼 때 산사람이나 귀신이나  모두 애환과 아픔을 지닌 선남선녀라 할 수 있다. 결국 우여곡절끝에 소심한 가족이 고명을 돌보며 함께 살고, 죽은  부모는 '저승'으로 가기로 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다.  모두 제 자리를 찾아간 해피엔딩이라고나 할까.

알고보면 상처와 아픔을 담은 이야기임에도 연극은 이를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현실을 비틀고 과장하는건 예사이며, 곳곳에 웃음 코드가 있다. 리얼리티가 있지만, 비현실적 요소를 끌어들이고 멀티맨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그때그때 순발력있게 극을 끌고 감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낄 틈도 없이 작품에  빠져들게 했다. 그뿐인가. 관객에게 말을 건네고 극에 끌어들이는 소통 장치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몰입도를 높였다.
  
제목 <So~심한 가족>은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함축하고 있다. 소심한 성격을 지닌 사람은 자의식이 강하며 남에게 싫은 소리 제대로 못하고 손해보기 십상이다. 작품에 등장한 소심한 가족도 그랬다. 그렇지만 이들이 이런저런 곡절끝에 고명과 함께 살기로 한 결말은 소심함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자의식을 깨뜨리고 타인에게 손을 내밀어 공생의 세계로 나아감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열연한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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