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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가면산장 살인사건>, 진실 찾기와 인간의 욕망

연극

by 간다르바 2022. 10. 2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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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공연기간 : 10월 4일~11월 27일

ㅇ 장소 :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

 

 

10월 22일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연극 <가면산장 살인사건>을 관람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이 있는 건물.

 

 


공연을 보기 전에 소설을 먼저 읽었던 터라, 원작을 어떻게 연극화했는지 연출가가 원작을 재해석하거나 새로운 연출 의도를 구현한 지점은 없었는지가 무엇보다 궁금했다.

원작을 다른 장르로 재창작할 경우, 원작에 충실할 수도 있지만  일정한 변용과 재창조를 통해 새로운 작품세계를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아무리 해당 장르만이 지닌 표현 수법을 활용해서 새로운 작품세계를 구축하려해도 근본적으로 원작의 자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연극의 경우, 원작과 재창작한 작품 사이의 거리는 전적으로 연출가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연출가와 원작의 작가는 동반자이면서 긴장관계에 있다. 희곡 작가와 연출가 사이에 묘한 긴장이 존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연극 <가면산장 살인사건>은 원작에 충실한 작품으로, 연출가에 의해 새롭게 해석된 시각은 드러나지 않았다. 사실 게이고의 소설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기에,  연극이 주는 감동이 반감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렇다해도 연극은 소설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개성적인  캐릭터를 잘 포착해서 그에 맞는 배역과 연기를 선보였기에, 소설과는 다른 현장감과 생동감을 맛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진정한 사랑의 문제를 제기하며, 인간의 내면에 내재된 욕망의 문제를 다루었다. 결혼을 약속한 이성이 있음에도 더 큰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된 이성이 나타나자 약혼자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끔찍한 일이지만,  그럴 수도 있는 게 인간일 것이다. 물론 상상에 그치지 않고  정말로 상대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인간도 있을 수 있다. 인간은 사악한 존재이기도 하므로... 이 작품의 주인공 다카유키는  지신의 욕망에 충실하면서 인간이 얼마나 사악할 수 있는지 보여준 인물이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고 선해보이기조차  했는데,  알고보니 이런 인간이었다니...

정말로 이해되지 않는 인물은 도모미였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죽이려한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 나머지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은 그렇다쳐도, 사랑하는 사람의 죄가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 행동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  지점에 일본의 어떤 문화적 배경이 작용한 것인지 아니면 작가 특유의 인간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설정인지 궁금했다.

본래 가면은 다양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 제의성과 신성성을 지닌 가면도 있으며, 본모습을 가리고  새로운 인물로 형상화된 예능가면도 있다.  작품 제목인 <가면산장>은 일차적으로 살인사건의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마련한 연극이 벌어진 공간이라는 의미이지만, 여기서  '가면'은 본모습을 감춘 인간의 추악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욕망은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힘이면서도 제어의 대상이다. 욕망의 억압과 분출의 사이에서 과로워하고 갈등하는 것이 인간존재의 본질이라고 보지만, 이 작품은 인간에게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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