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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합창단 기획공연 '칼 오르프(CARLORFF)의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

콘서트

by 간다르바 2022. 3. 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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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립합창단 '위대한 합창 시리즈1' 칼 오르프(CARLORFF)의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를 관람했다.

 

캐스팅


<카르미나 부라나>는 약 200여편의 가사가 수록된 중세 시가집을 가리키는 명칭이기도 한데, 칼 오르프가 1803년 바이에른의 베네딕트 보이렌 수도원에서 발견된 이 시가집에서 25수를 선별하여 작곡한 칸타타(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다악장 성악곡)이다.

기악곡처럼 선율로만 구성된 음악과 달리, 가사(이야기)가 결합된 음악에서는 이야기와 선율의 상관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가사에 담겨 있는 희로애락을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 하는 점 때문이다.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 구성은 다음과 같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제6곡 <Tanz(춤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성악으로, 음악, 무용, 무대 장치 그리고 서사가 결합된 공연예술(무대예술)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발레 등 무용과 결합하여 공연하기도 하는데, 오늘날에는 이번 공연처럼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모두 25곡으로 구성되었는데, 전체가 하나의 플롯을 지닌 유기적인 곡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운명, 새봄, 목장에서, 술집에서, 사랑의 정원 등의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곡은  나름 독자성이 있고 봄, 사랑, 분노, 좌절, 환희, 방황 등 다양한 감정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 <Fortuna Imperatrix Mundi( 세상을 지배하는 운명의 여신)>는 영화 <엑스칼리버> OST로 사용되는 등 우리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곡일거예요. 웅장함과 무언가 비장함마저 느끼게 하는 선율과 그 안에 담긴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았다.

"축복받은 복된 운명 이젠 나와 맞서서 공격하고 빼앗아 가고 나를 파멸시킨다~"

20대 때 운명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고 믿은 적도 있었는데, 세월이 갈수록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가보다.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된 합창단에 소년소녀 합창단이 더해지고, 테너, 바리톤, 소프라노의 독창이 결합된 공연 방식도 참으로 흥미로웠다. 합창, 독창+합창, 여성+남성, 소년소녀+성인, 독창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래 부름으로써, 가사에 담긴 정서와 의미를 음악적으로 잘 표현하고 각 노래가 지닌 매력을 극대화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제12곡 <Olim lacus colueram(호숫가에서 살았네 - 구워진 백조의 노래)>은 테너가 혼자 불렀다. 이 노래 가사의 주인공은 요리사에 의해 불에 태워진 백조인데, "쇠꼬챙이에 꽃혀서 장작불로 구워져 이제 밥상에 오른다. 불쌍하게 불에 타서 새까맣게 되었네."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참으로 슬픈 내용이면서도 왠지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자아냈다. 이 노래를 바리톤이 아닌 테너가 고음으로 질러내듯이 부르니까, 그 백조의 아픔이 더 실감나게 표현되었다고나 할까.

제 11곡과 16곡은 바리톤이 부르고 17곡과 21곡은 소프라노가 불렀는데, 이 또한 해당 노래가 지닌 가사 내용과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보였다. 남성과 여성이 합창하는 부분도 이처럼 노래 가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그런 가운데 소년소녀 합창단이 남녀의 사랑과 관련된 노래를 부른 것은 다소 의외였다.

노래는 독일어로 불러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무대 전면에 제목과 가사 자막을 제공해주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가사가 매우 해학적이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는데, 특히 수도원장의 세속적인 면모를 묘사한 제 13곡과 술집의 풍경을 다양하게 나열하며 묘사한 14곡의 가사는 압권이었다.

코로나에 감염된 단원들이 있어 여러 명이 출연하지 못하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국립합창단의 저력을 보여준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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