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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대한 맨숀>

연극

by 간다르바 2025. 4. 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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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연극제 서울대회
○노원문화예술회관
○4월27일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마지막 참가작인  연극 <대한맨숀>은  윤리와 욕망의 갈등 문제를 흥미롭게 다룬 작품이다. 극 구성도 비교적  탄탄했다.
극중 공간으로 설정된 대한맨숀 '옥상'은 출입구를 제외하면 외부와 분리된 단절된 공간이자 윤리와 욕망이 충돌하며 인간의 민낯이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칙칙한 회색빛 건물과 정치인 구호가 담긴 현수막이 극중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대한맨숀은 노후해서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데, 옥상 물탱크에서 백골 사체가 발견되면서 그 처리 문제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진실이 드러나면 재개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자신들의 이익을 지켜준다는 장치인도 선거에서 불리해질 수 있으니 없던 일로 하자는 주장과 망자나 그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선 것이다.

구성원들은 정치적 야망을 가진 통장을 비롯해서 반장, 형사, 공무원, 교사, 기독교인, 학생 등 다양하다. 이들이 벌이는 논쟁은 합일점을 차지 못하고 치열한 공방을 거듭하는데,  그 과정에서  그럴듯한 명분이나 논리를 내세우지만  욕망에 충실한 인간의 민낯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반장은 무당 역할을 겸하며  망자의 넋을 불러내  진실을 알아보자고 하면서 굿판을 벌이며, 사건 전개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다. 그런데 무당의 춤이나 장단 그리고 망자의 넋이 실린 장면 등은 실제 굿에 바탕하여 짜여진 것이 아니라 일종의  볼거리로 창작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굿을 활용하여 자칫 단선적으로 흐를 수 있는 갈등 전개에 변화를 줌으로써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흥미를 배가시키고자 한 것이 아닌가 한다.

결말에 이르러 여러 배우들이  "산 사람은 살아야지"를 반복한 것은 .명분이나 진실보다 이해관계만을 중시하는 살아있는 자들의 자기 변명 혹은 합리화가 얼마나 위선적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때론 '死則生'의 각오로 세상에 맞설 필요가 있고, 인간에겐 죽음을 불사하고서라도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세속의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면서도 불의를 묵인하고 방조하고 수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닌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때 인간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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