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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솔리다리오스>, 세대간 소통을 이야기하다

연극

by 간다르바 2025. 3. 2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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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종로지부
○극단 '지금여기'
○한예극장
○3월19일



연극 <솔리다리오스>를 보기 전에 제목의 의미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찾아보니,  'Solidarios'는 '연대, 지원, 배려'를 뜻하는 스페인어  Solidario'의 복수형이란다. 영어에서 '연대'를 의미하는  'Solidarity'도 이와 어원이 같은 단어가 아닌가 한다.

아닌게 아니라 스페인에 '솔리다리오스'라는 세대통합 프로그램이 있는데, 도시에서 방을 구하는 청년과 방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노년을 연결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세대간 교류와 소통을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에서도 이와 유사한 제도가 '한지붕 세대공감'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연극은 스페인 제도를 제목으로 삼았다.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식상하지 않은 이미지를 조성하는 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극의 대강의 내용은 이러하다. 은둔형 소설가 한혜서는 동생 한혜린의 권유로, '솔리다리오스'(세대통합 프로그램)를 통해 취준생 연희를 맞이하게 된다. 연희는 친구 수진의 신세를 지고 있다가 새로운 거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혜서와 연희는 노년과 청년 세대에 속하는 인물로, 세대통합 프로그램에 부합하는 조건을 지니고 있다. 두 사람은 한 공간에 있으면서 소소한 심리적 갈등을 드러내는데, 혜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며 연희를 못마땅해한다. 그러던 어느날 연희가 냉장고에 넣어둔 도시락이 없어지면서 분란 아닌 분란이 생긴다. 연희는 한혜서가 도시락을 먹었다고 확신하지만, 혜서는 도시락을  안먹었다고 한다. 사소해 보이는 일로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두사람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연희는 현재 임신중인데, 남자가 출산을 원하지 않아서 혼자 낳아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혜서 또한 남자가 출산을 원하지 않았지만 홀로 외아들을 키우며 살아오던 터였다. 여성으로서의 아픔을 공유한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극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혜서와 연희의 갈등과 화해가 극의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수진과 연희의 춤추는 장면  그리고  홈쇼핑을 패러디한 진행자와 게스트의 아재개그가 웃음을 자아내고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연출가는 연극 <솔리다리오스>에 대해  단순한 세대 간 갈등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태도를 탐구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일상에서 있을법한 세대간 인식의 차이와 갈등을 다루면서  요소요소에 웃음 코드를 심어놓아, 지루하지 않게 극을 즐길 수 있었다. 스페인에 솔리다리오스라는 제도가 25년여 가까이 시행된다는 사실 그리고 서울에서도 한지붕 세대 공감이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이 연극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인간이 홀로 살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외롭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가여운 영혼들이 많다. 세대간 단절은 인간의 외로움을 심화하는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소통을 본질로 하는 '연극'이라는 장르를 통해 인간 사회에서의 소통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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