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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삼총사> 후기

뮤지컬

by 간다르바 2021. 9. 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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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21년 9월 17일~19일
(금: 19시, 토: 14시, 19시, 일 : 14시)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조선삼총사>포스터(출처 :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현실은 언제나 문제적이다. 그런데 문제적 현실에 대처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뮤지컬 <조선 삼총사>는 1811년(순조 11년) '홍경래의 난'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당시 세도정치와 삼정문란에 맞서 사람다운 삶을 꿈꾸었던 '삼총사'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것이다. 역사적 실존 인물 홍경래와 설화 속 인물 '봉이 김선달' 그리고 가상의 인물 조진수가 그 주인공이다. 현실의 인물과 가상의 인물 그리고 설화 속 인물을 한 무대에 등장시켜, 각각의 방식으로 도탄에 빠진 민중들을 구하는 환타지를 연출한 것이다. 홍경래의 죽음과 함께 새로운 세상에 대한 민중들의 결의를 보여주며....


9월 18일 토요일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뮤지컬 <조선 삼총사>를 관람했다.


홍경래, 김선달, 조진수는 민중들의 고통을 지켜 보며 이들을 구하기로 의기 투합하지만, 각자 다른 삶의 길을 선택한다. 홍경래는 기존 질서를 근본적으로 전복하기 위해 혁명의 길을 선택하며, 김선달은 재력을 축적하여 민중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자 한다. 그리고 조진수는 기존 질서에 편입하여 권력을 획득함으로써 현실 모순을 해결해 보고자 한다. 세사람이 택한 인생의 여정은 사실 어느 역사적 국면에서나 볼 수 있는 보편적이고 유형화 된 삶의 방식이다.

일제강점기 때 투쟁론을 주장한 신채호, 교육과 계몽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준비론을 주창한 안창호 그리고 기존 질서에 편입되는 길을 택한 이광수와 최남선 등 또한 이들 조선삼총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선명성을 중시한다면 혁명의 길이 가장 매력적일 터이나,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아서 어느 길이 현실성 있으면서 역사의 정의에 부합하는가는 각자 판단할 몫이다.

<조선삼총사>무대

작품에서 김선달의 비중이 홍경래보다 상대적으로 커보였다. 닭을 봉이라고 속여 이득을 취하는 장면과 대동강 물을 파는 장면은 설화 속 김선달을 가져온 것으로, 지배층을 풍자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해학미가 있었다. 이는 홍경래로 대표되는 무겁고 심각한 분위기를 차단함으로써 관객의 흥미를 자아냈으며, 해학과 비장이 균형을 이루며 작품이 전개될 수 있도록 중심축 역할을 수행했다.

홍경래 역의 한일경, 김선달 역의 허도영, 조진수 역의 김범준 모두 무난한 연기력을 선보였으나, 무대를 압도할만한 가창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세 사람의 스승인 박대성 역의 이경준이 인상적인 연기력과 가창력을 보여 주었으며, 진자임 역 유미의 재치 있는 연기 그리고 평안감사 조득영 역의 박성훈이 보여준 악역 캐릭터는 이 작품의 재미와 감동을 더하는 데 일조했다.

<조선 삼총사>배역 소개


관군과 홍경래의 봉기군이 맞서는 장면 등 군무가 등장하는 대목도 여럿 있었다. 그런데 배우들에게 좀 더 고난도의 연기를 기대한 것이 무리였을까. 좀 더 짜릿하고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도탄에 빠진 민중들의 절규와 저항의 몸짓이 이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물론이다.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반주와 어우러진 민중들의 노래는 뭉클한 감동과 함께 가슴 저 밑바닥에 있던 어떤 열정을 끄집어내 주었다. 서곡에 이어 민중들이 부른 첫 번째 넘버 '견딜 수 없어'와 마지막을 장식한 넘버 '새날을 장식하리'는 이 작품의 주제의식과 지향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음 한켠에서는 무대에 펼쳐진 '새날을 맞이하리라는 강렬한 열망'이 다분히 관념적으로 느껴져서 일종의 공허함도 없지는 않았다. 아마도 코로나로 인해 억압받는 일상을 보내야 하는 우리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기 위해서, 이들 민중들의 절규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삼총사의 분투를 무대화 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커튼콜 장면



<조선 삼총사>는 우리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 만큼, 전통적인 요소도 많이 수용했다. 평안감사 잔치연에 등장한 교방춤(장구춤, 칼춤, 부채춤 등)과 탈춤이 대표적이다. 이는 전통의 모습을 온전히 재현한 것이 아니라, 뮤지컬의 문법에 맞게 변용하여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적절하게 활용한 것이다. 서울시 유스오케스트라단과 더불어 국악관현악단이 연주에 참여하여 활력소를 불어넣었다. 특히 태평소를 반주 악기로 활용하여 신명난 분위기를 돋운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뮤지컬 넘버


1막

00. 서곡
01. 견딜 수 없어
02. 삼총사
03. 나가자 세상속으로
04. 하늘과 운명은 우리 편
05. 어딜 또 가는 거요
06. 조득영 축하연
07. 그렇다마다요
08. 봉이 나타나면 태평성대
09. 어찌 그리 야속하오
10. 삼중의 삼, 조선 인삼
11. 누구일까
12. 어리지만 난 알아
13. 최선의 선택
14. 저 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15. 꿈꾸는 자의 세상


2막

16. 간주곡
17. 홍경래의 난
18. 그들은 백성이 아닌 역적
19. 가는 길이 다를 뿐
20. 귀한 선물
21. 누가 말 좀 해줘
22. 대동강은 마르지 않는 법
23. 탈춤
24. 마지막 잔치
25. 나라의 주인은 누구인가
26. 진자임의 죽음
27. 새날을 맞이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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