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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넘버(Number)'에 대해

뮤지컬

by 간다르바 2021. 9. 1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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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음악극에 속하는 갈래로, 서사(스토리 전개)뿐만 아니라 음악의 비중이 매우 크다.  뮤지컬에서 음악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듯 보이면서도 서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뮤지컬에서 부르는 노래넘버(Number)’라고 부른다. 가사가 있는 노래뿐만 아니라 선율로만 되어 있는 서곡이나 연주곡도 넘버에 포함된다. 뮤지컬에서 ‘넘버 서사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으며 넘버의 가사 자체가 서사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넘버의 배치가 달라지면 극의 진행에도 변화가 올 수 있는 것이다이는 뮤지컬 ‘넘버가 플롯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넘버’는 일련번호를 의미하는데, 뮤지컬 노래를 왜 ‘넘버’라고 부르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고 싶었으나, 이를 명쾌하게 설명한 실증적 논거는 찾지 못했다. '넘버'의 용법이나 기능을 굳이 몰라도 얼마든지 뮤지컬을 즐길 수 있겠지만,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라 하더라도 그 의미와 기능을 알면 좀 더 흥미롭고 깊이 있게 뮤지컬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수없이 대본이 수정되고 보완되며, 그 과정에서 노래 또한 극중의 전개에 따라 그 배치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런데 만일 넘버가 아닌 제목을 붙인다면 가사가 바뀔 때마다 제목을 바꾸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제작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목이 아닌, 일련번호를 뜻하는 '넘버'를 붙였다는 것이 통설이다.
 
연습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한다. 뮤지컬 넘버 가운데 그대로 혹은 약간의 변용을 거쳐 다시 부르는 경우가 있다. ‘리프라이즈(Reprise)’라고 부르는 것이 그것인데, 연습 과정에서 메인 넘버와 리프라이즈 사이의 구분을 위해서도 넘버로 지칭하는 것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창작뮤지컬과 해외에서 수입하는 뮤지컬로 구분된다. 해외 수입 뮤지컬에는, 원작의 원형을 그대로 공연하는 ‘오리지널(Original)’과 해외 원작자에게 저작료를 지불하고 판권을 사들여 우리말로 공연하는 ‘라이센스(License)’가 있다. 오리지널 공연은 해외 배우와 스태프가 직접 한국을 찾아 작품을 올리며, 이를 ‘내한공연’으로 부르기도 한다.
 
‘라이센스(License)’는 다시 ‘레플리카(Replica)’와 ‘논레플리카(Non Replica)’로 구분된다. ‘레플리카(Replica)’는 음악, 가사, 안무, 의상, 무대 등을 똑같이 하되 배우만 국내에서 캐스팅하는 경우를 말하며, ‘논레플리카(Non Replica)’는 원작을 수정 혹은 번안하여 국내의 정서에 맞게 재구성한 경우를 말한다.
 
그러므로 ‘레플리카(Replica)’에서는 넘버도 원작과 같아야 하지만, ‘논레플리카(Non Replica)’는 연출 의도에 따라 넘버가 생략되거나 추가될 수 있다. 따라서 연출가의 역량과 배우의 기량에 따라, ‘논레플리카(Non Replica)’공연은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과 감동을 주는 새로운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다.
 
 

<드라큘라> 포스터(출처 : 네이버 이미지 사진).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은 2014년 논레플리카로 공연된 한국의 <드라큘라> 공연을 보고 '진정한 프리미어'라고 하며 원작과 다른 창의성을 극찬한 바 있다.

 
뮤지컬 '넘버' 가운데, 작품의 맥락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 독립적으로 불리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가령, <오페라의 유령> 가운데 'The Phantom of the Opera', "All I ask of you', 'Think of me' 등은 대표 넘버로 인식되며 독자적으로 불리기도 한다. 유튜브에도 뮤지컬 넘버곡 관련 동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는데, 솔로 넘버곡, 듀엣 넘버곡, 메인 넘버곡 등의 용어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뮤지컬 '넘버'가 오페라의 '아리아'나 판소리의 '더늠'과 같은 성격을 지니게 되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독자적으로 향유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뮤지컬에서 플롯 역할을 수행하는 '넘버'의 의미와 기능을 이해하고 작품을 감상한다면, 뮤지컬이 훨씬 깊이 있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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