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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영화, 드라마

by 간다르바 2022. 11. 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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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올리비아 뉴먼 감독)을 관람했다. 델리아 오언스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 개봉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였는데, 상영 횟수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소설을 워낙 흥미롭게 읽었기에,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한 만큼 어느 정도 작품성은 갖추지 않았을까 기대하면서... 소설을 읽을 때 머리로만 상상했던 장면들이 어떻게 영화화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영화는 만족스러웠다.

동물학자이자 환경보호론자답게 델리아 오언스는 소설에서 자신의 전공지식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사랑의 문제, 문명과 자연의 대비적 세계를 흥미롭게 다루었다.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가  암컷 반딧불이 이야기이다.

"반딧불은 종마다 불빛 언어가 다르다. 어떤 암컷들은 지그재그 댄스를 추며 점, 점, 점, 줄, 이렇게 신호를 보내지만 또 전혀 다른 패턴의 춤을 추며 줄, 줄, 점 신호를 보내는 것들도 있다. 수컷은 자기 종의 암컷이 보내는 신호를 찾아 짝짓기를 시도한다.

그런데 이날 카야가 관찰한 반딧불은 예상 밖의 행동을 했다. 암컷 한 마리가 신호를 변경했다. 이 암컷은 올바른 신호로 자기 종의 수컷과 짝짓기를 하더니 돌연 다른 종의 신호를 반짝거렸고 이 신호에 다른 종의 수컷이 날아왔다. 수컷은 자기 종의 암컷이라 착각하고 접근했지만 별안간 암컷 반딧불은 다리를 뻗어 수컷을 물어 잡아먹었다. 여섯 다리와 날개 두 쌍을 모조리.

"암컷들은 원하는 걸 얻어낸다. 처음에는 짝짓기 상대를, 다음에는 끼니를. 그저 신호를 바꾸기만 하면 됐다.
여기에는 윤리적 심판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악의 희롱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다른 참가자의 목숨을 희생시켜 그 대가로 힘차게 지속되는 생명이 있을 뿐이다. 생물학에서 옳고 그름이란, 같은 색채를 다른 불빛에 비추어보는 일이다."

반딧불이에  대한 이런 통찰은 소설의 서사구조와 긴밀한 연관을 보이고 있다. 생물학적 전공지식이 소설적 상상력과 결합되면서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영화는 소설의 서사 구조를 근간으로 하면서, 빼어난 영상과 인물의 캐릭터를 잘 살린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밀도있게 형상화 했다. 그 과정에서 카야는 나레이션으로 영화를 이끌며 실질적인 주인공 역할을 했다.

영화의 서사는 크게 두 축으로 이루어졌는데, 체이스의 죽음과 관련하여 그 범인으로 지목된 카야의 재판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카야-테이트-체이스'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연극이든 영화든  '재판의 형식'은 긴장과 흥미를 유발하는 장치로 자주 애용되는 극적 수법인데, 이 영화에서도 그랬다. 아름다운 자연풍광도 이 영화가 준 큰 즐거움이었다.

이야기는 마시걸(marshy  girl, 습지소녀)로 불리는 카야와  순수 청년 테이트 그리고 세속적 욕망에 충실한 체이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카야는 아버지의 폭력으로 엄마가 가출하고 형제들마저 떠난 습지에서 자연을 벗 삼아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카야에게 다가온 테이트...그는 습지의 세계에 속한 순정남으로, 카야에게 글자 읽고 쓰는  방법을 가르쳐주며  마침내 두 사람은  사랑의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그렇지만 테이트는 지신의 미래를 위해 대학 진학을 선택하며 카야의 곁을 떠난다.  테이트가 문명의 세계로 떠난 후 카야 곁에 다가온 체이스..그는 미식 축구도 잘하고 가진 것 많은 잘난 남자이다.  그  주변엔 항상 여자들이 있고,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는 인물이다. 카야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가,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위해 거침없이 행동한다.  

습지에서 삶의  원리를 깨우치고, 테이트와 체이스와의 만남을 통해 인간적인 욕망을  깨달아가는 카야...

"자연(습지)의 세계에  선과 악이라는 윤리는 끼어들 자리가 없으며  생존논리만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먹잇감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포식자가 죽어야 할때도 있다."

이것이 습지의 세계에서 카야가 터득한 삶의 원리이며, 이를 자신의 삶에서 실천했다.

인간의 세계에서도  윤리보다  생존논리 혹은 욕망이나 이해관계가 우선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이 영화에서 카야는 인간에 내재된 자연의 본성을 온몸으로 보여준 셈이다.


영화 주인공 카야

 

테이트와 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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