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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와 '신발'

자유글

by 간다르바 2022. 8. 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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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6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부산발레시어터의 발레 <신데렐라>를 관람했다.

CJ토월극장


발레 <신데렐라> 는 모두 3부로 구성되었는데, 새로운 part가 시작되기 전 영상과 자막으로 해당 줄거리를 소개했다. 친절한 소개가 곁들여지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다 몸의 언어인 발레를 이해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다. 신데렐라 두 이복 자매의 다소 우스꽝스러운 춤동작과 표정이 웃음을 자아냈으며,  신데렐라는 키도 늘씬하고 그들과 대조적인 우아미와 매력을 뽐냈다. 그리고 왕자는 절도와 품위 있는  동작으로 무대를 꽉 채웠다.    

 



<신데렐라>에서 중요한 모티프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신발'이다.  무도장에서 12시가 지나기 전에 집에 돌아와야 했던 신데렐라가 급히 나오느라 '유리 구두' 한짝을 떨어뜨리게 되고,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왕자가 그녀를 찾기 위해 신발이 꼭 맞는 사람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이복 자매는 억지로 신어보지만 전혀 맞지 않고, 마침내  신데렐라가 신발의 주인으로 밝혀지면서 왕자의 사랑을 얻게 되고 행복한 결말에 이르게 된다.  

'신발'이 없던 시절에는 맨발로 다녀야 했을 것이나, 어느 시점부터 신발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되었다. 취직할 때 제출하는 '이력서(履歷書)에서 '이(履)'는 신발을 의미하며, '이력(履歷)'은 '내가 걸어 온 역사'를 뜻한다.  그러니까 신발은 곧 그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유리구두'가 신데렐라의 정체성을 확인시킨 결정적인 근거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데렐라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 콩쥐도 '신발' 덕분에 사랑을 얻었다.

'신발'은 여러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성(Sex)' 혹은 '소중함'을 뜻하기도 한다. 중국 신화 가운데  태호(인간에게 고기잡는법과 불 사용하는 법을 알려준 인물)의 탄생담과 관련하여, 그 어머니가 호숫가에서 거인의 발자국을 보고 거기에 자신의 발을 넣었다가 임신을 해서 태호를 낳았다고 한다. 발자국은 신발의 다른 표현이며, 발을 맞춘 것은 성적 행위를 뜻한다.  여성이 외간 남성의 신발을 신으면 후생에 그와 부부가 된다는 속설도 있다. 그래서 함부로 다른 사람의 신을 신으면 안 되는 것이다.  여성이 꿈에서 신을 잃으면  남편이 죽거나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게 된다는 말도 있다.

고대인에게 신발은 자유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래서 노예는 맨발이었으며, 신발을 강제로 벗기는 것은 치욕을 의미했다.  

신발 자국에 칼을 꽂거나 그 위에 목화나 고추를 놓고 불을 태우면 얼마 후 그 신발 자국 주인은 발이 불구가 된다고 했다.도둑의 신발 자국에 말린 겨자를 태우면 도둑은 발이 아파 도망치지 못하고 붙잡힌다고도 했다. 이 또한 신발과 그 주인을 동일시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죽은 사람의 옷이나 신은 사용하지 않는데, 옷이나 신발에 망자의 혼령이 들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신발을 머리맡에 놓고 자면 꿈자리가 어수선하다는 속설도 있다. 꿈 속에서 혼이 신발을 끌고 돌아다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죽고 초혼 의식이 끝나면 주발에 밥을 담고 그 앞에 짚신을 한 켤레씩 놓았다. 이는 망자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에게 접대한 것으로, 더 이상 얼씬 거리지 말고 새 짚신을 신고 얼른 저승으로 가라는 의미에서였다.  



신발은 재수를 점치는 수단이기도 하다. 출타할 때 일의 성패를 알기 위해 신 한 짝을 벗어 앞으로 던져보는데, 신의 앞 부리가 자신을 향하거나 엎어지면 불길한 징조이고 길 가는 쪽을 향하면 길조로 여겼다.

신을 거꾸로 신으면 복이 나간다고 하며, 신을 방문과 반대 방향에 놓거나 높은 곳에 올려 놓는 것을 금기시 했다. "신발을 거꾸로 신는다"는 배신을 의미하며, 아무리 하찮고 못난 사람이라도 배필이 있다는 뜻으로 "짚신도 짝이 있다"고 했다.  

신발 그림은 부부의 해로를 뜻한다. 신발이 부부를 뜻하기도 하는 것은 반드시 짝이 맞고 발에 맞아야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죽신을 뜻하는 '혜(鞋)'의 중국 발음이 백년 해로의 '해(偕)'와 같아서 해로를 의미하기도 한다. 

<신데렐라>는 누구나 아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신발'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 해 보았다. 행여 서운함이 있더라도 '신발 거꾸로 신지 말고', 혹시 짝꿍이 없더라도 '짚신도 짝이 있는 법'이니 비관하지 말고 행복한 시간 보낼 일이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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