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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운빨 로맨스> 후기 - '운빨'에 대해

연극

by 간다르바 2021. 8. 3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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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2021년 5월 1일 ~ 오픈 런

- 장소 : 컬처 씨어터(종로구 대학로 8가 길 80)

 

 

청년시절에는 주체적인 의지가 삶을 결정 짓는 핵심 요소라고 믿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운명론자가 되어왔음을 고백한다. '실력 있는 놈이 빽좋은 놈 못 당하고 빽좋은 놈이 운좋은 놈 못 당한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사가 어떤 불가항력의 힘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음을 실감한다.

이 연극에서 말하는 '운빨'이 바로 그것이다. 연극이 시작되면 점에 빠져 사는 여성 주인공 '점보늬'에게 처방을 내려주는 인물로 무당이 등장한다. 사실 현실에서의 무당과는 사뭇 거리가 멀며, 극중 비중도 별로 크지 않다. 원색의 화려한 복색을 입은 것으로 보아, 강신무임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무당은 신내림을 받은 강신무와 대를 이어 무업을 이어온 세습무가 있다. 우리가 흔히 영험하다거나 용하다고 하는 무당은 신내림을 받은 강신무이다. 호남에서는 무당을 당골네라고 하며, 한강 이북 지역에서는 무당이 관할하는 마을 사람들을 단골이라고 한다. 우리가 쓰는 단골이 바로 여기서 온 말이다. 고조선 '단군'도 어원적으로 단골과 통하며, 그래서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로서 '사제'를 뜻하는 말로 보아야 한다고 일찍이 최남선은 주장했다.

무당이 모시는 신을 '몸주'라고 하는데, 몸주가 알려주는 신의 뜻을 무당이 인간에게 전해주는게 '공수'이다. 연극에서는 무당이 '공수'를 내리는 게 아니라 점사로 여주인공에게 액땜 방법을 알려준다. 호랑이띠 남자를 만나 무조건 하룻밤을 같이 보내야 한다고...

점은 공수와 달리, 어떤 도구(엽전, 쌀, 거북 껍질 등등)를 활용하여 예지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운빨로 표상된 무당의 점사(공수 포함)를 믿느냐 안 믿느냐 하는 문제는 연극에서만 논쟁점이 아니며,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우연과 필연, 주체적인 의지와 불가항력의 힘, 인식 가능한 영역과 불가지의 영역,,, 양립하기 어려울것 같은 대립적 요소가 상호작용하며 우리 삶을 지배한다.

어느 쪽을 더 신뢰하는가 하는 문제는 각자 판단할 몫이다.

 

이 연극에는 4명의 배우가 출연했다. 그 가운데 2명은 일인 다역을 소화하며, 흥미롭게 작품을 이끌어 나갔다. 익숙한 서사에  주제의식 또한 깊고 신선한 면이 있다고 하기 어렵지만, 배우들의 맛깔 나는 연기와 대사가 볼만했다. 지나치게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8월 15일 공연 캐스팅

 

공연 무대

 

무당과 남자 주인공

 

출연배우들 커튼 콜

 

 

MBC 드라마로 방영된 <운빨 로맨스>가 있었다. 운명을 믿고, 미신을 맹신하는 심보늬와 수학과 과학에 빠져사는 공대 출신 게임회사 CEO 제수호가 벌이는 로맨틱 코미디물인데, 이는 동명의 웹툰 <운빨 로맨스>의 재치와 장점을 살리면서도 드라마로 재해석한 것이다. 연극 <운빨 로맨스>는 웹툰과 드라마를 연극적 양식으로 변주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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