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영화 <스펜서>, 진정한 삶의 가치와 행복은? 나를 찾아가는 험난한 과정...

간다르바 2022. 3. 25.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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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롯데월드타워에서 영화 <스폔서>를 관람했다.이 영화는 영국 왕세자비로서 세간에 숱한 화제를 뿌리며 불꽃처럼 살다가 의문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비운의 주인공 '다이애나 스펜서'의 삶을 조명한 작품이다.


욍실에 편입되기 이전에 불린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운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전통과 관습의 틀에 갇힌 세계와 치열하게 맞서며 자신의 정체성과 주체적인 삶을 추구한 다이애나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시간은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 그리고 Boxing day(12월 26일) 단 3일간이며, 이 기간 별장에서 열리는 영국 왕실의 모임에 다이애나가 참석하기 위해 가다 길을 잃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길을 잃은 다이애나는 "Where am I ?"라고 하는데, 영화 앞장면에 배치된 이 대사는 영화 전편을 지배하는 화두이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압축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닫힌 세계와 자유를 갈망하는 내적 욕구의 갈등, 진수성찬의 음식을 토하며 현실을 거부하는 장면, 탈출구가 필요할때마다 어린 시절을 보낸 그곳으로 가고싶어하며 아버지를 찾는 모습, 아들에 대한 지극한 엄마로서의 사랑과 엄마를 세계의 전부인양 여기는 두 아들, 선악으로 대비되는듯한 갈등구도의 설정 등등 ...
이 영화는 신화의 원형적 심상과 상징을 절묘하게 활용하여, 무언가 전형적이면서 인간의 실존적 비극성을 군더더기없이 그려낸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다이애나는 영국 왕실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이질적인 존재로, 생전에 숱한 화제를 뿌리며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보수적인 왕실의 닫힌 이미지와 대비되는 그녀의 밝고 자유로운 이미지에 대중은 환호했고, 성적 일탈과 관련한 이야기도 지속적으로 재생산되었다. 그녀의 비극적 최후조차 의문의 사고로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인구에 회자되었고, 지금까지 그녀는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영화 <스펜서>는 대중들의 말초적인 관심을 자극할 만한 어떤 내용도 담고있지 않다. 어쩌면 성적 일탈 장면이나 스캔들을 포함하지 않았기에, 이 영화는 다이애나를 소재로 한 기존의 컨텐츠들과 차별되는 새로운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스펜서의 일거수 일투족을 체크('감시'나 다름없는)하며 바깥 세상과 차단하려는 집사(왕실의 대리인)의 표정과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배경음악.... 모든 걸 수치화하며 시간으로 환산하고 맹목적으로 전통을 답습하는 왕실의 모습은 영화 보는 내내 우울감을 자아낸다.

과거의 유물임에도 현재도 살아있는 전통으로 면면히 이어오고 있는 영국 왕실의 삶에 미래는 없다며 절망하는 스펜서는 커튼으로 상징되는 바깥세상과의 차단막을 걷어내는가 하면, 틈만 나면 어린 시절을 보낸 그곳으로 가려고 한다. 아버지가 가꾸어놓은 그 세계에서 스펜서로 살았던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었나보다.

스펜서에게도 위안이 되는 확실한 편이 있다. 듬직한 맏아들 윌리엄과 귀염둥이 해리왕자가 그들이다. 엄마와 아들이 함께한 '소령과 병사놀이'는 감동적인 데가 있어서 왠지 눈물이 났다. 의상 담당 '매기'도 다이애나 편으로, 큰 위안을 준다.

찰스는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총쏘는 법과 꿩사냥하는 법을 가르치려고 하지만. 아들의 착한 성품을 알고 있는 엄마 다이애나는 이를 반대하며 결국 아들을 데리고 자유로운 길을 떠난다. 길을 떠나며 엄마와 두 아들은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All I need is a miracle"이라는 노래를 크게 틀어놓으며 따라 부른다. 다이애니가 추구했던 세계는 기적이었다는걸 보여주듯이...

다분히 다이애나의 시각으로 이끌어갔기에 보여주지 않은 지점들이 꽤 있었다고 보지만, 여성을 넘어 인간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와 행복은 무엇일까 하는 문제를 무겁게 다룬, 울림 있는 영화였다.

다이애나의 우수와 비애를 실감나게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






왕실의 폐쇄성과 배타성을 대리한 집사.



찰스역의 잭 파딩. 무표정하고 경직된 표정...

 

스펜서를 응원하는 의상 담당 '매기'의 메시지.

 

기적을 향해 길을 떠나는 엄마와 두 아들

 

"All&nbsp;&nbsp;I&nbsp;&nbsp;need&nbsp;&nbsp;is a&nbsp;&nbsp;miracle"을 부르는 장면

 

아버지의 웃을 벗겨낸 허수아비에 대신 입혀진 다이애나 스펜서의 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