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마른 오구>, 해원의 몸짓을 보며
12월 29일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무용 <마른 오구>를 관람했다. 굿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이어서 궁금증이 생겨 보게 된 것이다. 전부터 춤꾼들의 춤을 보면 인간의 육신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뒤늦게 아주 쪼금 춤을 배워 본적도 있는데, 아무나 아름다울수 있는건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이번 공연을 보면서 몸짓이 담고 있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배우들이 온몸으로 표현한 그 동작과 표정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굿은 제의이자 그 자체로 performance여서, 굿을 현대적으로 변용하거나 재창조한 공연물은 상당히 많다. <마른 오구>도 굿에 기반하여 컨템퍼러리 공연물로 창작한 작품이다.
오구굿은 서울과 동해안지역에서 전승되는 망자굿을 가리키는데, 이 공연 제목을 굳이 <마른 오구>라고 한 이유는 모르겠다. <씻김굿>으로 명명해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선 그게 작품 내용과 표현형식에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
서울굿은 강신무의 굿이기 때문에 무당 복색이 화려하다. 전라도 씻김굿에서 무당인 당골은 세습무여서, 소복을 입고 굿을 한다. 당골이 곧 신령은 아니므로 겸손한 인간의 모습으로 굿을 하기 때문이다. <마른 오구>에 등장한 무당은 소복을 입었고, 시작부분에서 벌거벗은 남자(망자)의 넋을 씻어내는 듯한 행위를 연출했다. 영돈말이(<씻김굿>에서 망자를 상징하는 무구)로 보이는 도구를 활용하면서...
이 작품에서 굿은 하나의 모티프로 차용된 걸로 보인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망자의 해원을 위해서 굿을 끌어 들인것이다. 맺힌 것은 풀어주고 서로 나누는 것이 굿의 정신이자 가치이다.
<마른 오구>에서 해원의 대상은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이었어다. "엄마 배고파"라고 하거나 간절하고 절규하는듯한 몸짓이 생전의 억울함을 표현하는것 같았다.
사각형의 무대는 사방이 탁트인듯하면서도 무언가 갇힌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 안에서 때론 독무를 때론 군무를 추는 춤꾼들의 몸짓은 상당히 격렬하고 때론 처절했다. 아크로바틱을 이용하거나 매핑기법을 활용하여 입체적이고 시각적인 효과를 자아냈는데, 춤의 문법을 잘 알지 못해서 장면 하나하나 의미를 읽어내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흐름과 무당이 아이들의 넋을 위무하고 해원함으로써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건 알수 있었다. 극락은 불교적 관념이다. 무속에서는 이승(이생. 산자들의 세계)과 저승(저생. 망자들의 세계)으로 표현할뿐, 그 이상 구체적인 공간 관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불교의 '극락' 관념을 수용하여 망자의 세계를 드러낸다.
공연 중간에 무당은 청중들에게 말을 건네고 한 청중을 무대에 불러내 다음 생에 대통령될 분이라며, 청년 실업문제 등을 잘 해결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뒤엔 관객들에게 떡을 나누어 주었다.
<마른 오구>는 상처받은 아이들의 넋을 위로하면서, 굿의 정신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임을 온몸으로 보여준 공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