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후기

간다르바 2021. 9. 2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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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시 : 2021년 8월 31일 ~ 2022년 2월 2일
  • 장소 :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서울시 구로구 경인로 662 디큐브시티 7층)




2021년 9월 19일 오후 2시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관람했다.

이날의 캐스팅


'성장기'를 주제로 한 작품답게 재미와 감동이 있는 무대였다. 작품 배경은 1984~1985년 광산 파업으로 갈등이 고조된 영국 북부 도시 더럼 마을. 민영화를 통해 광산을 구조조정하려는 마가렛 대처의 정책으로 인해 광부들이 파업에 돌입하며, 이로 인해 공권력과 광부들 사이에 첨예한 갈등상황이 조성된다. 어둡고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권투를 배우며 소년기를 보내고 있던 빌리 엘리어트는 우연한 계기로 춤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온갖 어려움을 극복한 빌리가 발레리노로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왕립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무대는 막을 내린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렬하고 인상적인 장면....
1부 마지막 부분에서 벽으로 막힌 듯한 절망의 질곡 속에서 빌리의 분노가 폭발한다. 빌리는 가장 높이 솟은 자신의 방에서 탭슈즈로 땅바닥을 마구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고, 격하게 춤을 추며 온몸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격정적인 동작과 고통스럽게 몸을 비트는 몸짓, 시위 진압 경찰의 방패에 주먹질 하는 모습,,,, 'Angry Dance'를 보며, 감전된 것처럼 강렬한 전율을 느꼈다.

빌리 엘리어트가 경찰들의 방패를 주먹으로 치는 장면(출처 : 신시 컴퍼니 홈페이지)


빌리 엘리어트는 극이 진행되는 동안 무대를 거의 떠나지 않았으며, 성장기 소년의 꿈과 아픔을 감동적인 연기로 그려 보였다. 발레, 탭댄스, 스트릿댄스, 아크로바틱 등 고난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다양한 춤 연기를 선보였으며, 뮤지컬 '넘버'도 무리 없이 소화해 냈다. 그리고 극적 대사에는 어린 소년의 순수함이 온전히 묻어났다.

특히 힘들 때마다 세상을 떠난 엄마와 조우하는 장면은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아버지에게 "개새끼"라고 할 정도로 당돌한 반항아이기도 한 빌리 엘리어트가 춤을 통해 성장해 가는 모습... 그 과정에서 아버지, 엄마, 할머니, 형을 비롯하여, 빌리의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준 미세스 윌킨슨과 빌리를 응원하는 마을 사람들은 팍팍한 현실에서도 인간이 살만한 세상임을 보여준 휴머니트들이었다.

빌리가 엄마를 만나는 장면(출처 : 신시 컴퍼니 홈페이지) 엄마는 이 세상에 없지만, 빌리가 어려울 때마다 힘을 주는 존재로 등장하며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아버지는 무뚝뚝한데다 빌리를 억압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빌리가 왕립발레학교에 지원하는 과정에서는 따스한 부성애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엄마는 이 세상에 없지만, 빌리가 힘들 때마다 등장하여 아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 주었다. "하느님은 아이들을 모두 돌볼 수 없어서 하느님 대신 엄마를 보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실감났다. 할머니는 약방의 감초 같은 연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윌킨슨 발레 선생님은 빌리를 발레의 세계로 이끌어 준, 엄마와 같은 존재이다. "몸치여도 재능이 없어도 괜찮아. 자신감만 있으면 돼"라며 빌리에게 용기를 주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멘토인 셈이다. 넘버 'Born to Boogie'에서 빌리가 윌킨슨, 피아노 아저씨와 함께 춤을 추며 자신의 잠재된 재능을 발견하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빌리를 지도하는 윌킨슨 선생님(출처 : 신시 컴퍼니 홈페이지)


빌리 엘리어트의 단짝 마이클은 또 다른 빌리였다. 갈등하며 싸우는 어른들의 세계와 달리, 소년들은 현재를 즐기며 자신만의 개성을 가꿀 줄 아는 순수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마이클이 누나 옷을 입고 빌리에게도 여자 옷을 입어보라고 하는 장면은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동심의 세계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인생은 우리 것"이라며 "톡톡 튀는 나만의 개성이 필요"하다는 소년들의 자유로운 몸짓은 어른들의 세계와 대비되며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구현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인 더럼 마을 광부들과 공권력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극화한 장면 또한 이 작품의 중요한 볼거리이다. 파업의 시작을 알리는 첫번째 넘버 'The Stars look down'를 비롯하여, 중간중간 등장하는 광산 노조원들의 몸짓과 노래는 극적 긴장감과 비장함을 자아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광부들과 공권력이 대립하는 사이에 빌리 엘리어트와 발레를 추는 아이들이 배치된 장면 또한 어른들의 세계와 아이들의 세계가 극명하게 대립되는 극적 효과를 자아냈다.


대립과 갈등 그리고 반목으로 얼룩진 어른들의 세계와 대비되는, 순수한 열정으로 꿈을 키워 가는 아이들...그들이 있어서 세상은 희망이 있고 빛이 있다.



출연진(출처 : 신시컴퍼니 홈페이지)





<빌리 엘리어트> 넘버곡은 엘튼존이 작곡했다. 칸 영화제에서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감상한 엘튼 존은 재능 있는 노동 계층 소년 빌리가 꿈을 이루어 가는 모습에 감동 받아, 영화를 뮤지컬로 제작할 것을 제안하고 넘버곡 작곡을 담당했다고 한다.

뮤지컬 넘버(Numbers)


Act. 1

1. The stars look down
2. Shine
3. Grandma's Song
4. Solidarity
5. Expressing yourself
6. The Letter
7. Born to Boogie
8. Angry Dance

Act. 2

9. Merry Christmas Maggie thatcher
10. Deep into the ground
11. Swan lake
12. He could be a star
13. Electricity
14. Once we were kings
15. The Letter(reprise)
16. Fin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