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창극 <흥보展> 소개

간다르바 2021. 9. 1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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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21년9월 15일 ~ 9월 21일(수·목·금 19:30, 화·토·일 15:00)
-장소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서울시 중구 장충단로 59)

국립극장 산하단체 국립창극단이 창극 <흥보전>을 무대에 올린다. 창극과 전시의 융합을 통해 창극의 새로운 표현 영역을 선보인 것이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이다. 작품 제목을 <흥보전>이 아니라 <흥보展>이라고 한 데서 이 점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단순한 무대에 대형 LED 패널 2대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작품의 시공간을 구축하고, LED 패널로 영상 통화 등을 시도함으로써 새로운 창극 창작 방법을 선보였다. 무대 미술은 최정화가 총괄했다.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 유수정
-대본 원작 : 허규
-극본ㆍ연출 : 김명곤
-작창 : 안숙선
-시노그래피 : 최정화
-작곡ㆍ 음악감독 : 박승원
-안무 : 채향순

창극 &lt;흥보展&gt; 포스터(출처 : 국립극장 홈페이지)





<흥보가>는 어떤 작품인가?

<흥보가>는 물질적 가치와 심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흥보가>의 주인공인 흥보와 놀보에 대해서는 시대적 요구 혹은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그 인물형을 해석하는 관점이 달라져 왔다. 부모와 형제에 대한 윤리를 중시하고 제비와 같은 동물에 대해서도 은혜를 베풀 줄 아는 착한 마음씨를 지녔다는 점에서 흥보를 긍정적인 인물로 바라보는 시각이 오랜 세월 동안 공유되어 온 주류적 시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교 윤리의 가치를 낡은 것으로 여기고, 물질적․경제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심화되면서 흥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오히려 새로운 인간형이라 할 수 있는 놀보를 긍정하는 시각이 확산되는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5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른바 ‘놀보 예찬론’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시각은 세속적 욕망과 물질적 가치를 더욱 중시하는 시대 분위기와 맞물려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 해도 ‘착한 품성’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되는 꼭 필요한 덕목이며, 그런 점에서 ‘흥보 정신’이야말로 <흥보각>의 핵심적인 주제의식이라 할 수 있다.

<흥보가>는 전승 5가 가운데 ‘재담소리’의 성격이 가장 도드라진 작품이다. ‘재담소리’라는 표현에는 재담 위주의 소리를 폄하하는 의식도 어느 정도 내재되어 있다. 보성소리의 명창인 정응민이 <흥보가>를 ‘재담소리’ 또는 ‘타령’이라 하여 스스로 부르지도 않고 제자들에게 가르치지도 않은 사실이 이 점을 잘 보여준다. <흥보가>의 재담 소리적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대목이 바로 ‘놀보 박타는 대목’이다. 착한 흥보가 박을 통해 의식주를 해결하며 부자가 된 데 비해, 탐욕스러운 놀보가 징치를 당하는 과정이 바로 '놀보 박타는 대목'이다.

독서물인 경판본 <흥부전>에는 놀보가 박을 13통이나 타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현전하는 판소리 <흥보가>에서는 4통 정도 타는 것이 일반적이다. 놀보가 탄 박에서 나오는 인물의 면면을 보면, 상전, 상여꾼, 초라니패, 각설이패, 풍각쟁이패 등 다양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하층 예인집단이 차례로 등장하여 한바탕을 판을 벌인 후 행하(行下)를 받으며 놀보의 재물을 축낸다는 점이다. 공포나 위협의 방식이 아니라 한바탕 놀이판을 벌여 축제의 방식으로 악인을 징치한 것이다.

고전은 시대를 넘어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창조되는 이월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번 창극에서 흥보와 놀보를 어떻게 형상화하며 새로운 작품세계를 구축했는지 궁금하다.

윤석안, 김금미 등 베테랑 배우와 김준수, 이소연, 유태평양 등 국악계의 아이돌 배우가 출연한 것도 이번 공연에 매력을 갖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주요 배역은 다음과 같다.

흥보 : 김준수, 놀보 : 윤석안, 흥보 처 : 이소연, 놀보 처 : 김금미, 마당쇠 : 유태평양, 제비여왕 : 정미정 외 국립창극단 및 객원

대본 원작 허규

허규는 80~90년대 국립창극단에서 창극 극본과 연출을 담당하며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며, 민족적 정체성을 담은 창극 양식을 정립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허규

허규는 새로운 사설을 창작하기보다는 기존의 다양한 이본 가운데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취향에 부합하는 사설을 취사선택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주제의식을 구현해 보고자 했다. 그는 작품을 사회역사적으로 해석하여 동시대성을 드러내기 보다는, 성정과 같은 인간의 보편성의 문제나 한국인의 성격․정서․해학성 등의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허규는 격조를 중시하면서도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나 해학을 표현하는 데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주인공은 아니지만 양념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보조인물(일본어로 ‘산마이’)의 비중을 중시하여 다루었다.

허규는 극의 전개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전통연희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극적 표현 영역을 확장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다. 이러한 그의 시도는 창극 극작술의 한 방식으로 인식되어, 이후 창극 연출에도 상당 기간 영향을 미쳤다.


연출 김명곤

김명곤은 박초월 명창에게서 판소리를 사사받았으며, 영화 <서편제>에서 유봉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이자 국립극장장과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문화 행정 분야에서도 역량을 발휘한 바 있는 행정가이기도 하다. 문화 전반에 걸쳐 이론과 실기 양면에서 두루 역량을 갖춘 김명곤은 창극 대본 작가로서도 의미 있는 활동을 펼쳤다.


작창 안숙선 명창

안숙선 명창은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우리시대의 대표적인 소리꾼이다. 국립창극단과의 인연이 매우 각별한 안숙선 명창은 그동안 27번 완창 판소리 무대에 선 바 있으며, 오래전부터 ‘제야의 판소리’ 주역으로 참여해 왔다.

안숙선 명창

단아한 외모에 천부적인 재능과 맑고 힘 있는 소리로 판을 이끌어 나가는 능력이 탁월한 안숙선 명창은 타고난 재주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기량을 연마하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애기명창으로 이름을 떨치던 안숙선 명창은 1986년 전국명창대회에서 장원하여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1979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하여 오랫동안 단원으로 활동했으며, 1997~2000년 국립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안숙선 명창은 판소리 명창으로서 뿐만 아니라 가야금 병창 분야에서도 탁월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박귀희와 강순영 명인으로부터 가야금 산조 및 병창을 배워 일가를 이루었으며, 이를 인정받아 1997년 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