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Food의 세계
한국 상차림의 특징을 이른바 ‘공간 전개형’에서 찾는다. 음식이 한 가지씩 순서대로 나오는 서양의 ‘시간 전개형’과 달리, 한 상에 밥과 반찬 그리고 국이나 찌개 등이 한꺼번에 차려지기 때문이다. 이는 차려진 음식 간에 유기적인 연관이 밀접하여 시차를 두지 않고 식사해야 하는 데서 비롯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음식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영양이 풍부한 이른바 ‘웰빙 음식’이라는 데 있다. 이는 육류보다는 채소가 한국음식의 중심에 있으며, 김치나 된장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건강에 유익한 요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쌀밥을 비롯하여, 보리, 콩, 수수, 조 등 잡곡으로 구성된 주식(主食)도 밀가루를 위주로 한 음식보다 건강에 좋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음식을 웰빙 음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것은 특히 발효음식이 발달한 점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발효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생물이 유기 화합물을 분해하는 현상을 말한다. 산소가 없어도 살아가는 생물은 유기물을 섭취해도 완전히 분해하지 못하며, 오히려 유기물 분해 과정에서 다른 물질을 만들어낸다. 포도당을 많이 함유한 유기물은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생물에 의해 그 일부가 알콜로 변한다.
그런데 소금이 관련되게 되면 유기물은 생물에 의해 그 일부가 유산으로 변하게 된다. 유산발효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된장, 고추장, 간장과 같은 장류, 김치, 동치미, 오이소박이와 같은 김치류, 멸치젓, 조기젓, 새우젓과 같은 젓갈류, 막걸리, 약주와 같은 술 그리고 식혜 등 한국음식 가운데 발효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특히 한국음식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김치인데, 김치를 대량으로 담그는 것이 바로 김장이다. 김장은 춥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는 것을 말한다. 김치는 한국 고유의 향신료와 해산물로 양념하여 발효한 한국적 방식의 채소 저장 식품을 일컫는데, 역사적 기록에 의하면 760년 이전에도 한국인의 식단에 김치가 있었다고 한다. 김치는 계층과 지역적 차이를 떠나 한국인의 식사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음식이다.
‘김장’은 한국인의 자연 환경에 대한 이해를 통합한 음식 문화로, 지역 생태계를 잘 반영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인은 특수한 자연 환경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개발했다. 그러니까 김장은 한국의 자연적 주거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다. 김장 준비는 매해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반복되었다. 봄철이면 각 가정은 새우·멸치 등의 해산물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켰다. 여름에는 2~3년 동안 저장할 천일염을 구입하여 쓴맛이 빠지도록 하며, 늦여름에는 빨간 고추를 말려서 가루로 빻아 두었다. 그리고 늦가을에 날씨를 고려하여 김장하기 알맞은 날짜를 결정했다. 김치를 담아 시원하고 안정적인 조건에서 저장하여 최고의 맛을 얻으려면 적절한 온도가 중요하다. 계절과 자연환경의 특성을 고려하여 개발된 김장문화에는 한국인의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온축되어 있다.
젓갈은 어패류의 살, 뼈, 내장, 알 등을 소금에 절여 자체에서 소화 효소와 미생물 효소가 단백질을 분해 숙성시킨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 젓갈류는 145종을 상회한다고 하는데, 어패류에 소금을 사용하는 젓갈을 비롯하여, 소금에 고춧가루를 넣어 담그는 어리굴젓, 소금과 익힌 곡류를 넣는 토하젓, 소금과 고춧가루 그리고 메주가루를 넣는 갈치젓, 소금에 누룩가루와 콩가루를 넣는 황석어젓, 간장과 향신료를 넣는 게젓, 소금물만 넣는 꽃게젓, 조밥과 소금 그리고 고춧가루 등을 넣은 가자미 식해 등 다양한 젓갈류가 있다.
간장을 담그기 위해서는 콩을 삶아 메주를 쑤는 과정이 필요하다. 메주는 간장을 만드는 데 필요할 뿐만 아니라, 청국장으로 먹기도 한다. 메주는 특유의 냄새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나야 숙성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전통 가옥에는 반드시 장독대가 있었는데, 간장을 만들 때 반드시 장독대가 필요했다. “음식 맛은 장맛”이라는 말이 있듯이, 말 그대로 간을 맞추는 데 요긴한 간장은 지역에 따라 그리고 집안에 따라 각기 특색이 있었다.
한국 간장문화는 1946년 샘표식품이 등장한 이후 6·25 한국전쟁과 산업화로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 피난생활과 도시화로 집에서 간장을 담가 먹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간장 종류도 양조간장, 진간장, 조선간장, 맛간장 등으로 세분되었다. 각 간장마다 맛과 향도 달라 어떤 요리에 어떤 간장을 쓰느냐에 따라 음식의 성패가 결정되기도 한다. 양조간장은 콩과 소맥을 사용하여 발효시켜 만드는 간장이다. 발효 과정에서 형성되는 맛, 색, 향 성분을 통해 요리에 깊고 풍부한 향을 더해주는 점이 특징이다. 감칠맛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수백 가지에 달하는 깊고 풍부한 향이 특징인 양조간장은 열을 받으면 향이 변해 생(生) 요리에 잘 어울린다. 생선회, 부침요리 등을 찍어먹는 소스, 무침, 간장 드레싱 등에 사용하면 제격이다. 진간장은 콩과 소맥을 주원료로 양조간장에 맛의 주성분인 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간장을 혼합해 만든다. 감칠맛이 뛰어나고 열을 가해도 맛이 잘 변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주로 끓이거나 볶는 요리에 많이 사용하는데, 예컨대 멸치볶음, 장조림, 갈비찜, 간장게장 등과 잘 어울린다. 조선간장은 100% 콩만을 이용해 만든 한국 전통 간장이다. 깔끔하고 담백한 맛과 맑은 색상을 가진 조선간장은 국물요리에 적합하다. 나물무침과 같이 재료 색상을 그대로 살려야 하는 요리와 궁합이 맞는다. 미역국, 갈비탕, 콩나물국 등 국 요리나 나물요리 때 넣으면 제격이다. 맛간장은 간장에 다시마, 무, 대파, 생강 등 각종 향신 재료를 우려내 만든 간장이다. 양념을 따로 넣을 필요가 없어 요리를 빠르고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든 만능 간장인 셈이다. 향신재료들이 없을 때 맛간장 하나만으로도 쉽고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밖에 염도가 낮은 저염간장, 유기농 간장, 향신간장 등 다양한 간장이 있다.
20세기에 들어와, 간장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발효음식은 그 비중이 줄어들고, 대신 공장에서 대량으로 제조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등의 변모과정을 거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김치냉장고가 출현하면서 전통적인 김치 담그기가 일정하게 지속되고 김치 본연의 맛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처럼, 발효음식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맛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국 음식 가운데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메뉴가 바로 비빔밥이다. 비빔밥은 제조 방법이 그다지 복잡하지 않으며, 각자의 입맛과 개성에 맞게 비벼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밥에 나물이나 채소 등을 넣고 여기에 고추장과 기름 등을 더하여, 말 그대로 비벼 먹으면 되기 때문에 비빔밥인 것이다. 여러 재료가 섞여 있으면서도 각기 재료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며, 하나의 재료에서 느낄 수 없는 비빔밥만의 개성적인 맛이 공존하는 것 또한 비빔밥의 특징이다. 비빔밥에서 보이는 이러한 특징은 ‘조화의 미’라 할 수 있다.
한식은 제조방법이 개성적이어서 이른바 ‘한국적인 맛’을 구현해 내고 있다. ‘손맛’이 그것이다. 그런데 한류의 흐름 속에서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손맛’에서 ‘표준화’로의 전환이 필수일 수밖에 없다. 대량생산에 비유할 수 있는 제조방법을 구축하지 않으면 한식의 상품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다양한 음식이 유행을 선도하며 각축전을 벌이는 곳이다. 맛집을 소개하는 블로거들이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 음식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매운맛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치찌개, 불고기, 떡볶이, 육개장, 제육볶음 등이 비교적 잘 알려진 메뉴라 할 수 있는데, 한국음식은 맛이 다양하면서 담백하다는 점 그리고 따뜻하고 푸근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 장점이다.
전통 한식을 국제적 감각에 맞게 트렌드화 하고 한국의 맛을 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면서, 세계화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표준화’를 통해 음식의 상품화를 도모하는 것과 더불어, 된장, 고추장, 쌈장 등 한국의 소스를 현지화 함으로써 세계의 입맛에 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국음식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렇지만 한국 본연의 맛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진한 맛의 간장을 기반으로 하여 마늘, 고추, 참기름, 깨 등을 섞어 한국의 ‘양념장’을 만든다든가, 매운 맛을 유지하면서 단 음식의 비율을 높임으로써 현지인의 입맛에 맞도록 하는 것도 유력한 방식이다. 국가에 따라 선호하는 맛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중국의 경우 과시욕이 강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고급화 전략이 적중할 수도 있다.
한국 음식은 영양가 있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는 웰빙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는 측면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음식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와 실내장식을 모던한 디자인으로 하는 것 등도 중요하다. 한국음식의 세계화 성공은 한식 재료로 사용되는 농수산물 수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효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전주에는 ‘비빔밥 연구센터’가 건립되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특히 간편 조리법 개발, 테이크아웃 형태의 상품 개발 등을 통해 비빔밥 상품화의 성공을 위한 실천적인 작업을 다각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한국 음식으로 비빔밥과 갈비 그리고 불고기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수공업적 방법을 넘어서면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한국의 맛을 구현해 낼 수 있을 때 한식의 세계적인 확산이 좀 더 빨리 현실화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