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알라딘>, 사랑과 낭만의 환타지를 보여주다!
○ 샤롯데 씨어터
○ 3월 7일


뮤지컬은 낭만성과 대중성을 핵심적 특징으로 한 Performing art로, 흔히 현대 대중예술의 꽃으로 불린다. 뮤지컬은 어느 측면에 주목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권의 책처럼 기승전결 구성과 일관된 서사구조를 갖춘 '북 뮤지컬, 기성 대중가요를 넘버곡으로 활용한 '주크박스 뮤지컬', 댄스 중심으로 짜여진 '댄스 뮤지컬' 등이 그것이다. 원작을 어디에 두었는가에 따라 무비컬(영화를 뮤지컬화한 작품), 노블컬(소설을 뮤지컬화한 작품), 드라마컬(TV 드라마를 뮤지컬화한 작품)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알라딘>은 아랍의 <아라비안 나이트>의 일부를 작품화 한 것으로, 1993년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고 2019년 실사영화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애니메이션 <알라딘>(1993)은 1막에서 스토리 진행과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보여준다. 알라딘은 부모님 없이 살아가며 원숭이(아부)와 함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도둑질을 하고 지내는 인물로 묘사된다. 또한 좀도둑으로 살아가지만 자신이 가진 빵 한 조각까지 나눠줄 만큼 이타적인 존재로 그려지며 자신의 이런 진정한 모습을 알아줄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소망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자스민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인물이다. 자스민이 궁을 탈출하는 장면은 자기만의 삶을 개척하고 싶어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자스민의 아버지 술탄은 아그라바 왕국의 왕이자 자스민의 아버지로, 국법과 자신의 딸이 행복하게 사는 삶을 보기 위해 결혼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인물로, 가부장적 남성상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자파는 술탄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야망의 소유자로, 자신이 가진 지팡이로 술탄에게 주술을 걸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악인형 인물이다.
알라딘과 자스민은 시장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며, 알라딘은 자스민과의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꿈꾼다. 그리고 자스민은 아버지 술탄에게 강제적인 결혼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할 것이라며 자신의 소망을 피력한다.
알라딘과 자스민은 서로 사랑에 빠졌지만, 이내 서로 떨어지게 되는 첫 시련을 겪는다. 좀도둑으로 생활하던 알라딘이 도둑질을 이유로 감옥에 갇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알라딘을 램프의 동굴로 보내기 위한 자파의 계략이었는바, 이를 계기로 알라딘은 본의 아니게 모험세계로 진입한다.
실사영화 <알라딘>(2019년)의 경우, 애니메이션 <알라딘>과 동일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등장인물 소개 내용도 대체로 유사하다. 하지만 자스민이 낭만적인 사랑만을 꿈꾸는 존재로 묘사되지 않고, 스스로 아그라바 왕국을 다스리는 술탄이 되기 원하는 인물로 그려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자스민은 알라딘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리지 않으며, 첫 눈에 반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알라딘의 원숭이가 쟈스민의 팔찌를 훔침으로써 둘 사이에 오해가 발생한다. 하지만 자스민에게 사랑하는 감정을 갖게 된 알라딘은 오해를 풀기 위해 왕으로 몰래 잠입한다. 이러한 왕궁 잠입을 통해 알라딘과 자스민은 서로 오해를 풀었지만 궁 안에 몰래 잠입한 것을 자파에게 들킨다. 자파는 알라딘이 신비의 동굴에 들어가 램프를 가지고 나올 수 있는 인물이라 판단하여 그를 신비의 동굴로 데려간다. 이 과정에서 알라딘은 자스민이 아그라바 왕국의 공주임을 알게 된다.
이후 이어지는 '모험세계의 소개-조력자와의 만남-주인공의 성장' 대목은 애니메이션<알라딘>과 실사영화<알라딘>이 동일한 구조로 짜여져 있다. 애니메이션<알라딘>과 실사영화<알라딘>에서 모험세계는 금은보화가 가득한 신비의 동굴로 동일하다. 이 신비의 동굴에서 알라딘은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겪게 되지만 결과적으로 마술램프를 얻게 되고, 알라딘이 개인적, 사회적 소명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조력자 지니를 만나게 된다. 알라딘은 스스로 왕자가 되는 것을 첫 번째 소원으로 사용한다. 이 소원은 공주 자스민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한 지위 상승이자 주인공의 성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알라딘의 지위 상승이 그의 완전한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쟈스민에게 솔직하게 말하라는 지니의 말을 무시한 채, 자신이 시장에서 도둑질을 하면서 살던 자임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 거짓말한 것은 알라딘이 신분의 상승에 걸맞는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
알라딘은 왕자로 변신하여 아그라바 왕국으로 돌아가 자스민의 마음을 얻음으로써 정신적 성장과 함께 사회적 소명을 완수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그러나 그 길은 험난하다. 알라딘은 자신이 왕이 되길 바라는 자파에게 램프를 빼앗겨 다시 위기를 맞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일을 바로잡고자 한다. 이후 자파와의 대결에서 트릭으로 자파를 램프 안에 가두어 승리를 쟁취한 알라딘은 마지막 소원을 공주와의 결혼이라는 개인적인 욕망을 충족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지니를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용한다. 자신의 희생을 통해 지니를 자유롭게 만든 알라딘의 모습을 본 술탄은 알라딘이 공주와 결혼 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국법을 수정하여 자스민과 결혼할 수 있게 한다. 알라딘은 자기 희생적인 행동으로 개인적인 사랑을 성취하고 나아가 아그라바 왕국의 평화라는 사회적 가치도 실현한다.

뮤지컬 <알라딘>은 설화에서 시작하여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재창조된 '알라딘 서사'에 기반한 작품으로, 특정 갈래를 원작으로 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런데 부분적인 차이는 있으나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 골격이 거의 동일하고 자스민을 주체적인 여성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뮤지컬 <알라딘>은 2019년 제작된 영화 <알라딘>과 친연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자스민'을 주체적이고 자아가 강한 독립적인 여성으로 묘사했을 뿐 아니라, '알라딘'을 만능에 가까운 영웅으로 그리지 않고 다소 순진하고 어수룩한 면이 있는 인물로 형상화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서경수는 알라딘의 그러한 캐릭터를 잘 살려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 못지 않은 비중을 지닌 인물이 바로 '지니'인데, 정성화는 특유의 넉살과 입담으로 개성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니'와 더불어, '자파' 시종 '이아고' 그리고 알라딘의 단짝 삼총사(카심, 오마르, 밥칵)도 방자형 캐릭터 연기로 웃음을 자아내며 약방의 감초같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무대 장치가 생각보다 화려하고 웅장하지는 않았지만,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 램프동굴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알라딘이 양탄자에 자스민을 태우고 허공을 나는 장면도 낭만적 분위기를 자아내며 몰입감을 높였다.
전에 영화 <알라딘>도 보았고 줄거리도 어느 정도 알고 있던터라, 뮤지컬 <알라딘>에서 새로운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스펙타클한 무대 장치, 쇼를 보는 듯한 배우들의 춤과 노래, 사랑을 테마로 한 낭만적인 분위기 등을 만끽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긴 공연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