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춤추는 은빛 초상화>, 노배우들의 열정이 돋보이다.
□늘푸른연극제
□연극<춤추는 은빛 초상화>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
□11월 17일
<춤추는 은빛 초상화>는 티나 하우 作으로, 원제는 <Painting churches >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딸 맥스가 부모인 가드너와 파니 처치의 '초상화 그리기'가 이 작품에서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작중 공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드너와 파니 부부 집으로 설정되어 있다. 극은 파니가 글 쓰는 가드너를 부르며 모자 쓴 모습이 어떠냐고 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이를 통해 가드너와 파니는 금슬좋은 노부부임을 짐작할 수 있다.가드너는 한때 시인이었으나, 이제는 노쇠한데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처지에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글쓰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드너와 파니 처치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에서 좀더 오붓하게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골 집으로 이사갈 준비를 하고 있다.
뉴욕에서 화가로 활동 중인 딸 맥스가 부모 이사를 도울 겸 부모의 초상화도 그릴 겸 해서 이들을 찾아오면서, 극중 상황과 이 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조금씩 드러난다.
가드너가 딸을 반갑게 맞이하며 딸의 말에 무조건 긍정하고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비해, 파니는 이와는 대조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인물 간 갈등 원인이나 양상이 선명하게 제시된 것은 아니어서 심각한 극적 긴장을 유발하는 데까지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딸이 초상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가드너는 파니가 자신이 쓴 시를 버렸다며 울부짖다가 결국 잃어버린 시를 찾았다며 좋아하는 장면이 삽화처럼 제시되었다. 이는 파니와 가드너가 지향하는 삶의 지향과 가치가 달랐지만, 가드너는 끝내 자신이 추구한 시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한다.
맥스가 부모 초상화를 그리고 싶어 한 것은 부모와의 사이에 맺혀있는 무언가를 풀기 위한 노력이었다. 노부부는 딸 앞에서 여러 포즈를 취하고, 결국 맥스는 초상화를 완성했다. 가드너는 딸이 그린 초상화에 만족해했으나, 파니는 처음에는 맘에 들어하지 않다가 뒤늦게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초상화를 통해 부모와 딸이 소통하고 노부부가 살아온 삶이 행복한 결말로 귀결된 것이라고나 할까.
사실 원작을 보지 못했기에, 이 공연이 얼마나 원작에 충실했는지 알지 못한다. 인물의 심리나 갈등구조 등이 선명하게 제시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으며,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료하게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대신 출연 배우인 박웅(84세)과 장미자(83세) 두 노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현실 부부가 극중 부부로 출연했다는 단순한 이유때문만은 아니었다. 힘에 부친 모습에서 인간의 유한함으로 인한 실존적인 비애를 느끼면서도, 배우로서의 외길 인생과 열정이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든지 외길 인생을 사는 삶은 숭고한 데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