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글

피카소전을 보며

간다르바 2021. 8. 3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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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역이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가는 존경스러운 데가 있다. 특히 1차원의 평면에 색감, 구도, 기법 등을 활용하여 입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화가들 또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음악도 추상성이 강하지만, 미술도 모호함과 추상성이 넘쳐나는수수께끼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림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보고 느끼는 대로 감상하면 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간혹 있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그림에도 예외 없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8월 15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피카소전'을 보러 갔다. 미술에 문외한인데다 피카소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매우 졸렬한 것이어서, 이집트 미술과 아프리카 조각에서 영향을 받았고 큐비즘을 정립한 화가라는 점 등 단편적인 사실만 알고 있던 터였다.

전에 빠리에 갔을때 피카소 그림을 본 적이 있지만, 세간에 잘 알려진 몇몇 작품만 기억날 뿐이다. 부분을 해체해서 대상의 본질을 드러내는 기법을 보여줌으로써 기괴함마저 자아내는 난해한 작가라는 이미지와 함께.. 

이번 전시전을 보면서 새로 느끼게 된 몇 가지 단상들...

92세까지 사는 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세계를 개척하며, 도자기, 조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창작활동을 할 정도로 그는 엄청난 열정의 소유자였다. 무엇보다 문외한이 보기에도 모든 작품들은 범상치 않았다.

그가 평생 일곱 여성과 사랑에 빠진 것도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에로티시즘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아, 새로운 여성을 사랑할때마다 새로운 작품세계를 구현해 나간 것도 놀랍다. 


피카소가 고전주의에 빠진 시기를 다룬 섹션에 전시된 아들 폴의 초상화를 보면서, 그동안 피카소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그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이 초상화에는 광대와 화가의 운명을 동일시하면서 아들에게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 피카소가 이런 인간적인 면을 작품으로 표현했다는게 새삼 신기했다.

피카소의 휴머니스트 기질은 한국전쟁의 학살 장면을 그린 작품에서도 엿보인다. 공산당에 가입했으면서도 이데올로기적인 시각은 감추고 공격자와 피해자의 대립 구도를 전면에 내세웠으니...

피카소가 조각 등에 염소나 부엉이를 즐겨 그린것도 흥미로웠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었을까 아니면 어떤 상징이나 의미 맥락이 있는 것일까.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전시회장을 나왔다.

 

전시회를 감상하는 동안, '가이드 온'이라는 앱의 도움을 받아 그의 주요 작품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원래 3000원인데, 할인된 가격 2000원에 구매)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출처 :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